콘텐츠 바로가기

최신뉴스

"차 값 비싸면 경차 보급해" 트럼프, 인플레 대항마로 경차 선택

파이낸셜뉴스 2025.12.14 03:54 댓글0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가격 급등에 대응해 값싼 경차를 미국에 보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기아의 대표 경차 '모닝'.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가격 급등에 대응해 값싼 경차를 미국에 보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기아의 대표 경차 '모닝'.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미국인들의 차량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경차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월 일본 방문 길에서 도쿄 시내를 장악한 경차를 보고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경차는 전통 세단인 도요타 캠리에 비해 길이는 약 30% 짧고 폭도 좁다.

대신 경차는 연비가 좋다.

도요타 캠리 2500cc 하이브리드 모델은 공인 복합 연비가 1리터에 약 17.1km인 데 반해 닛산 룩스는 660cc 이하 연비는 1리터에 약 19.2~22.2km가 나온다.

무엇보다 값이 싸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경차인 닛산 룩스, 혼다 N-박스 등은 1만달러(약 1480만원) 조금 넘게 주면 살 수 있다.

미국 내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2023년 약 4만8247달러이던 것이 올 9월에는 5만80달러로 치솟았다. 5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팬데믹 기간 공급망 차질을 시작으로 차 값이 오르더니 지난 5년 동안 약 25% 가격이 폭등했다.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과,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고민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에서 마주한 경차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 년 미국 내에서 오래된 경차와 경트럭을 수입하는 마니아층이 늘고 있고, 독특한 외관과 실용성으로 인기를 끄는 점도 호재다.

문제는 경차가 미국의 차량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무게와 생산비를 줄이느라 안전성에서는 일반 차량에 뒤처지는 경차는 현재 미 규제 당국인 전미고속도로 교통안전청(NHTSA)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경차를 보급하려면 차량 안전 기준, 충돌 테스트 기준부터 낮춰야 한다. 이미 절차는 시작됐다.

션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경차 크기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NHTSA에 규제를 완화하도록 했고,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NHTSA가 이와 관련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NHTSA 출신들은 경차가 새로 출시되면 안전 기준을 개정해 일부 시험을 면제하거나, 아니면 경차를 규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인들이 경차를 타려 할지다.

10년 전 도요타 산하 사이언 브랜드는 미국에서 경차 iQ 판매를 시작했고, 벤츠를 만드는 독일 다임러는 운전석과 조수석 단 두 자리만 있는 스마트카 ‘포투(Fortwo·둘을 위한)’를 출시했다. 이탈리아 피아트도 경차 피아트 500을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경차의 같은 길이로, 폭은 좀 더 넓은 차량들이었다.

자동차 산업 리서치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그러나 이런 차량들은 미국에서 참패했다.

혼다 피트를 비롯해 이른바 이들 ‘서브 콤팩트 차량’ 판매는 10년간 86% 급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서브 콤팩트 차량은 단 8만8500대로 전체 차량 판매 대수의 1%에도 못 미쳤다.

트럼프가 미국인들의 차량 구매 여력을 높이기 위해 경차 판매를 적극 장려하고 나섰지만 덩치 큰 차량을 선호하는 미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아직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