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매치서 2대2 무승부 "한국, 만나고 싶지 않았던 상대" "이강인, 내 아들인데..." 홍명보 감독 "멕시코 넘어야할 상대"  |
| 멕시코 아기레 감독.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이 끝난 직후, A조에서 한국을 상대하게 된 멕시코의 '명장'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복잡미묘한 심경을 드러냈다. 적장으로 만난 옛 제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향한 애틋함과 한국 축구에 대한 경계심이 뒤섞인, 그야말로 '폭탄 발언'이 쏟아졌다.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 믹스트존에서 만난 아기레 감독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홈 이점을 등에 업은 멕시코지만, 한국은 결코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다.
그는 "불과 한두 달 전에도 한국과 비겼다. 한국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매우 까다로운 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 신화를 썼던 그에게도 한국 특유의 투지와 조직력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인 셈이다.
특히 상대 수장인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는 "규율이 잡힌 지도자"라며 "그렇기에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고 경계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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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G 이강인.뉴스1 |
이날 인터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애제자' 이강인에 대한 언급이었다. 마요르카 시절 이강인을 월드 클래스로 성장시킨 '스승'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내 아들(My son)"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만나면 확 걷어차 버리고 싶을 것 같다"는 농담 섞인 폭탄 발언으로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애정 어린 농담이었지만, 승부 앞에서는 '아들'도 봐주지 않겠다는 섬뜩한 승부사의 기질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이에 질세라 "아기레 감독은 훌륭한 분이고 이강인의 은사"라면서도 "하지만 우리에겐 멕시코를 넘어야 할 분명한 목표가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운명의 장난일까. 한국과 멕시코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멕시코 축구의 성지이자, 뜨거운 응원 열기로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다.
'지옥의 원정'길에 오른 홍명보호, 그리고 "아들을 걷어차서라도 이기겠다"는 아기레 감독. 스승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야 하는 이강인의 발끝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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