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내부 출신 임원 고작 2명
"후배에게 현실적 비전 보여줘야"
성명서 발표 후 現사장에 협조 당부
한국주택금융공사 노동조합이 차기 부사장을 내부 출신 인사로 선임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택금융공사 노조는 11일 성명서에서 "최근 현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행장을 내부 출신으로 임명한 것은 전문성과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현명한 결정"이라며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자리에도 내부 출신이 임명되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사 부사장은 인사부를 소관 부서로 두고 사장을 보좌하며 조직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핵심적인 자리"라며 "현 부사장의 임기가 지난 9월 17일 만료된 만큼 지금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적기"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내부 출신 부사장 임명을 해야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조직의 말단부터 경험하며 성장한 내부 직원이야말로 조직의 내부 사정을 가장 깊고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노조는 "2년 임기의 외부 출신 부사장들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거나 해결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임기가 끝나는 일이 지난 21년간 반복돼 왔다"며 "조직의 문화와 정서, 현장의 어려움, 그리고 각 부서와 직원 개개인이 가진 역량과 고충을 피부로 이해하는 것은 오랜 시간 함께 호흡해온 내부 직원뿐"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후배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올바른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혁신과 발전이 가능해진다"며 "후배들에게 '내부에서도 조직을 이끄는 핵심리더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꿈과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해 나갈 때 비로소 모두가 공감하는 조직문화가 꽃피우고 진정한 혁신과 발전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조직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서도 부사장은 내부에서 선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들은 기관장이 외부 출신으로 임명되더라도, 부사장이나 그에 상응하는 전무 등 고위 임원은 내부 출신이 맡아오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7명의 상임임원 중 최소 3명 이상 내부 출신으로 선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공사의 경우 2004년 설립된 이래 지난 21년간 사장은 고사하고 단 한 차례도 내부 출신 부사장이 선임된 적이 없고, 내부 출신 임원도 그 수가 고작 2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 2명조차도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부사장 자리와는 거리가 멀어 다른 금융공기업과 비교할 때도 우리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21년간 정부의 주택금융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헌신해온 직원들의 사기와 자부심을 높이고, 공사의 복잡한 내부 현안을 해결하며, 후배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부 출신 부사장을 임명하는 것뿐"이라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혁 노조위원장은 전날 오후 김경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을 면담하고 이 같은 뜻을 전달하고 김 사장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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