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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형법에 '비동의 강간' 최종 도입…"피해자의 침묵은 동의 아냐"

파이낸셜뉴스 2025.10.30 21:03 댓글0

"역사적 승리...성폭력 근절위한 진전"
하원 이어 상원도 형법 개정안 채택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지난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및 성범죄 처벌 강화 3대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지난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및 성범죄 처벌 강화 3대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프랑스 상원. 연합뉴스
프랑스 상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프랑스 하원에 이어 상원도 형법상 '강간'의 정의에 '비동의' 개념을 최종 도입했다.

연합뉴스와 퓌블리크 세나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은 29일(현지시각) 강간 정의에 비동의 개념을 넣는 형법 개정안을 채택했다.

찬성 327표, 기권 15표로 채택된 이번 개정안은 성폭력을 '동의 없는 모든 성적 행위'로 정의했다. 해당 법안은 '동의'를 "자유롭고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야 하며, 구체적이고 사전에 이뤄져야 하며,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개정안은 "피해자의 침묵이나 반응 부재는 동의로 간주할 수 없다"고 정의했다. 이어 "성행위가 폭력, 강요, 협박 또는 기습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경우 그 성격과 관계없이 동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앞서 프랑스 하원은 지난 23일 이 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이 개정안을 채택한 만큼 대통령이 공포하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법안을 발의한 마리-샬롯 가랭 녹색당 의원은 "'아니오'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예'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려움 없이 말한 진짜 '예'여야 한다"며 "마지못해 동의하는 것은 동의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롤라 슐만 국제앰네스티 프랑스 담당관은 "이번 조치는 여러 유럽 국가들의 뒤를 잇는 역사적 진전"이라면서도 "이는 아직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젠더폭력과 성폭력의 불처벌(impunity)을 종식시키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우리는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며 "성폭력 근절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했다.

프랑스 의회 내 우파는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국민연합(RN)의 소피 블랑 의원은 "변호사들은 이제 가해자의 폭력성을 분석하는 대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행동, 말, 침묵을 해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합은 프랑스의 극우 내셔널리즘 정당이다.

좌파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원 표결에서 기권한 좌파 사회당 소속 로랑스 로시뇰 의원은 엑스에 "'동의'라는 단어는 여성이 허락하거나 거절하는 고전적인 성 관념을 반영한다"며 "동의하는 것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미 독일과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비동의강간죄가 시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지난 3월 비동의강간죄 신설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으나, 법안 발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지연되고 있다.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려면 국회의원 10인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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