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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권은 지수를, 시장은 제도를 본다

파이낸셜뉴스 2025.09.18 18:45 댓글0

배한글 증권부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에 다시 불을 지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기존 정부안(10억원) 대신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공식 발표한 것이다.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지도 재확인됐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증권지수는 급등했고, 코스피는 4년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5000'이란 구호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 목표로 읽히는 순간이었다.

이번 결정의 함의는 분명하다. 정부가 원칙적 과세 정상화보다 투자심리를 우선시했다는 점이다. 세수결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대중적 요구와 국회의 목소리를 수용했다. 대통령 스스로도 "원칙에 어긋난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원치 않는다면 굳이 바꿀 필요 없다"고 했다. '주식으로 생활비 벌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과 맞닿은 행보다.

여기에 상법 개정이 맞물리며 주주가치 강화 논의가 본격화됐다. 7월과 8월 두 차례 개정안이 통과된 데 이어 9월 정기국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한 3차 개정안이 테이블에 올랐다. 대통령은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일부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KB·신한·하나·우리 등 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소각 기대가 커지며 금융주 강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정부 내부의 속도 조절론도 분명히 존재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기업은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고 하고, 시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며 "양쪽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단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구조조정이나 자금조달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세제개편 역시 논란이다.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로 책정했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실효세율이 38.5%에 달해 대주주 양도세율(25%)이나 법인세율보다 높다. 배당 확대를 유인하기는커녕 오히려 주식 매각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여권 내부에서도 "코스피 5000을 향한 일관된 노력이 없으면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권이 지수로 성과를 증명하려 한다면 제도와 세금은 그 신뢰를 지켜줄 장치가 돼야 한다. 양도세 기준은 이미 50억원으로 확정됐다. 남은 과제는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배당소득세율 같은 세제개편이 국회를 거쳐 실제 제도로 안착할 수 있느냐다.




koreanb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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