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 일파만파 속에 "국민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며 태국 국왕 개탄  |
| 태국 경찰이 주요 사찰 주지 등 고위급 불교 승려들과 성관계를 가진 뒤 이를 빌미로 128억원이 넘는 돈을 뜯어 낸 여성을 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태국의 한 여성이 소위 '큰 스님'으로 불리는 주요 사찰의 주지 등 고위급 불교 승려들과 성관계를 가진 뒤 이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막대한 금액을 갈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16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스 골프(Ms. Golf)'로 알려진 여성 A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최소 9명의 승려와 성관계를 맺은 뒤 이 과정을 촬영한 사진·영상 수만 건으로 협박해 총 3년간 약 3억8500바트(약 128억원)를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A씨의 자택을 압수 수색한 결과 휴대전화를 포함한 여러 전자기기에서 8만 장 이상의 관련 사진과 영상을 발견했다. 이를 이용해 승려들을 협박하고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라마 10세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은 "불교계 추문이 국민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라며 지난달 고위 승려 81명에게 수여했던 칙명을 전면 철회했다. 추문에 연루된 주요 승려들이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국 불교 최고 권위 기구인 승가최고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승려 규율 전면 재검토에 나설 계획이라고 알렸다.
태국 정부 역시 승려의 비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과 벌금 강화를 추진 중이며, 경찰은 '일탈 승려' 제보 전용 핫라인도 개설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찰 규범을 위반한 승려들에 대해 징역형을 포함한 가혹한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방콕의 한 고위 승려가 돌연 승복을 벗고 직을 내려놓으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해당 승려가 A씨로부터 임신했다는 협박을 받고 거액을 송금한 뒤 승려 직을 포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A씨의 거래 내역과 피해 승려들이 잇따라 드러나며 전모가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불교 인구가 전체의 90%에 달하고 승려가 높은 존경을 받는 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미스 골프는 경찰 조사에서 2023년 5월 한 승려와 첫 관계를 가졌으며, 아이를 가졌다고 주장, 금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대부분 금품 요구에 순순히 응했으며, 유혹하기도 쉬웠다”고 덧붙였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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