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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감자 수경재배 도입… 감염에 강하고 기후변화도 걱정없죠" [fn이사람]

파이낸셜뉴스 2024.05.26 18:44 댓글0

조지홍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소장
전세계 인정받는 K감자 시스템
농진청 재배방식 개선노력 빛나
감자 원산지서도 우리기술 도입


조지홍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소장
감자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재배 기간은 석달가량이지만, 종자부터 시작하면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영양번식을 하는 감자는 씨(종실)가 아닌 씨감자로 재배한다. 씨감자 생산은 '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 등 다섯단계를 거치는데 단계마다 1년가량이 소요된다.

우리가 먹는 감자는 씨감자의 보급종을 심어 수확한 것이다. 씨감자로 영양번식을 하므로 한번 바이러스에 걸리면 다음 세대로 바이러스가 이어지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씨감자를 심으면 감자 수량이 10~90%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경재배를 도입했다. 세계 최초로 기본종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수경재배 기술을 실용화한 곳이 바로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조지홍 소장(사진)은 "감자 수경재배 기술로 유리온실에서 양분이 들어 있는 물을 이용해 1포기에서 평균 50개의 씨감자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처음부터 씨감자를 수경재배한 것은 아니다. 조 소장은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수입해 2~3회 증식해 농가에 공급했다"며 "1980년대 무병씨감자 생산을 위해 조직배양 기술을 도입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조직배양묘를 온실이 아닌 배양실 안에서 기내소괴경(인공씨감자)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꺾꽂이를 이용하는 방식은 선진국에서도 많이 사용하지만 인력과 노력이 많이 들고, 생산된 감자의 크기도 작고 생산량도 적었다"고 설명했다.

인공씨 감자를 본밭에 파종할 때 크기가 작고, 감자 싹이 약하게 올라와 외부환경이 적합하지 않을 땐 정상적인 생육과 수확을 내기 어려운 점도 문제였다.

조 소장은 "수경재배를 통한 기본종 생산은 1~2명의 인력만으로 관리와 생산이 가능하다"며 "생산되는 씨감자도 10~30g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재배 관리가 매우 쉬운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수경재배 중에서도 씨감자 기본종은 분무경 재배방식으로 이뤄진다. 조 소장은 "감자 바이러스는 진딧물을 통해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경재배를 통해 기본종을 생산한 후 기본식물부터 원원종, 원종까지는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망실 재배를 통해 씨감자를 생산한다"고 했다.

이렇게 개발된 수경재배를 이용한 씨감자 생산기술을 해외에도 지원하고 있다. 조 소장은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AFACI사업과 KOPIA 협력사업 등을 통해 베트남, 파키스탄, 케냐 등 아시아,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감자의 원산지인 에콰도르,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에도 한국형 씨감자(K-감자) 기술이 지원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도미니카에 기술이 지원돼 헥타르당 18t이던 감자 생산성이 25t으로 향상됐다"며 "유엔 산하 감자 연구 주관기관인 국제감자연구소(CIP)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수경재배 기술을 활용해 변형된 씨감자 생산기술을 개발, 여러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 소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씨감자 시스템을 갖춰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우수품종 육성과 우량 씨감자 확대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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