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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카타르 월드컵은 대성공이다. (손흥민 인스타) |
[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발견한 최고의 성과는 16강이라는 성적도 있지만, ‘빌드업’이라는 색깔이 입혀졌다는 것이다. 소위 ‘뻥축구’의 대명사로 일컬어졌던 대한민국이 우루과이나 포르투갈을 상대로 선진축구를 선보이며 결과를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 축구의 발전성을 엿볼 수 있다. 지난 4년이 헛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제 벤투 감독이 떠난다.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할 시간이다. 한국 축구에 새로운 색깔이 입혀진다는 의미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새 감독의 철학과 임기 보장이다.
벤투 감독은 숱한 비난을 받았다. 해외파만 중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해도, 강팀 상대로 무기력한 빌드업 축구를 고집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변하지 않는 그 철학과 믿음이 결과를 냈다. 결국, 새 감독이 한국 축구에 입히고자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우리가 원하는 색깔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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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 축구에 덧입힐 뚜렷한 철학과 4년의 시간이다(연합뉴스) |
두 번째는 임기 보장이다. 좋은 철학과 비전을 보유한 감독이라면 당장 2년의 성과가 형편없어도, 그의 철학을 믿고 우직하게 밀어줘야 한다.
이제 한국은 2002년처럼 하나의 팀으로 운용될 수 없다. 2002년 당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하나의 클럽팀처럼 운용되었다. 소속팀에서 뛰다가 며칠 훈련을 하고 경기에 나서야한다. 최대한 조직력을 맞추기 위해서는 손발을 많이 맞춰본 선수들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함께 한 감독과 선수들의 호흡과 조직력, 연대감이 더 좋다는 건 상식이다. 이 상식을 그동안 한국 축구가 외면했던 것 뿐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4년 내내 선수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 결과 최고의 조직력을 선보였고, 연대감을 선보였다. 비록, 한계가 뚜렷했지만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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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16강으로 이끌었던 바로 그 패스... 4년 후에도 볼 수 있기를(연합뉴스) |
이는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두 번 모두 월드컵 준비 과정 중 감독이 교체됐고, 무기력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픈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26 월드컵은 본선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다. 아시아에 배정된 출전권이 4.5장에서 8.5장으로 확대된다. 예선 성적 따위는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 예선에서 경기력이 형편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통과만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본선이다. 브라질 같은 강팀과 어떤 경기를 펼치느냐,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무기는 무엇인지를 고민 해야한다.
본선에서 성적을 낼 수 있는 뚜렷한 축구 철학을 지닌 감독, 여기에 덧 입혀지는 4년의 시간. 이것이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에 전하고 가는 마지막 교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