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대 예상 방어 나서
연말까지 100억달러 한도 검토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추진한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증대가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장의 지적에 대한 '자구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원·달러 환율 최고가는 148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상황 속의 행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은과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한은이 통화스와프를 맺는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통화스와프는 총 177억달러 규모로 체결돼 2008년까지 운용됐다.
통화스와프 계약이 성사되면 국민연금은 한은에 거래일의 환율을 적용한 원화를 제공하고, 외환보유액을 통해 공급받은 달러로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다.
건별 만기는 6개월 또는 12개월로 정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올해 말까지 1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통화스와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민연금과 한은의 통화스와프는 최근 들어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대책으로 분석된다. 한은으로선 '외환시장의 고래'인 국민연금의 달러 조달을 한은으로 유도, 시장 안정을 추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으로서도 거래 상대방에 대한 위험이 없는 중앙은행과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기간이 길어 만기 분산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기존 외환스와프는 1~3개월이다. 국민연금은 매년 200억~300억달러의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919조5536억원 가운데 해외 투자금액은 418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식이 246조8000억원으로 해외 투자금액의 26.9%를 차지한다. 이어 채권 65조6000억원(7.1%), 대체투자 106조4365억원(11.6%) 순이다.
국민연금이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지적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6월 환율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보유 규모가 가치평가 상승 효과로 2700억달러에서 3300억달러로 지난해 600억달러 증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원화 약세 요인으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영향이 일부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국민연금과 개인을 중심으로 거주자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면서 외환 유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주로 현물환 매수로 조달하고 있어 해외증권투자로 인한 환율의 구조적인 절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