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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초 정도부터 파생시장에 들어와서, 약 12년을 채웠고 이제 그만 두려고 합니다. 그만 두려고 한다기 보다는, 시장에 의해 그만 두게 되었네요. 졸업을 바랬지만, 종국에 남은 것은 모든 재산을 잃고 파생으로 인한 5억원의 고금리 빚, 피폐해진 정신과 건강, 무너진 가정과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 관계 뿐입니다.
오늘도 거래에 매진하고 계실 분들께는 힘빠질 넋두리 밖에 되지 않아 죄송하지만, 저의 12년 간의 발자취를 짧게 돌아보고자 눈팅이지만 나름 정들었던 팍스 게시판에 글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각자의 삶의 영역과 범위가 다르고 여전히 시장에서 잘 생존해 가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파생시장에 남아있어야 할까?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조금이라도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는 그저 이 글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 결정을 하실 수 있도록 돕는 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개인투자로서는 약 20년 정도 투자를 했고 직업으로도 15년 째 투자전략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인수와 전략업무를 중심으로 수백억~수천억 대 M&A를 다수 진행했었으며, 한 때는 약 300억원 규모의 기업 고유계정 펀드를 운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연히 연봉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가정사로 인해 빠르게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 때 일 단위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파생시장에 처음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운용했던 펀드에서도 누적 기준 연평균 15~20% 복리수익을 낼 정도로 준수한 성적을 일궜었고, 제 개인적인 자금 운용에서도 연평균 25~30%의 꾸준한 수익을 잘 내고 있었는데...분초에도 그러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파생시장은, 가정사의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제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월간 1억 정도의 수익도 몇번 냈었고, 파생이 위험한 것은 알지만 조금 더 하면 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 문제만 해결하고 파생은 그만 둬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항상 목표로 했거나 문제를 해결할만한 수준까지의 수익 목전에 다 다르면, 다시 실패로 돌아섰고 오히려 그럴 때마다 심리에 치우쳐 크게 진입하고 자금관리 하지 못했던 것들이 큰 실패로 악순환되어 더 이상 끊기 힘든 고리로 다가왔습니다.
파생상품 운용에 대한 기술과 관점들은 여기 계신 선배님들께서 훨씬 더 잘 아실테니 그런 언급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기업분석과 투자업무가 제 전문영역인 만큼,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파생시장을 경험하며 느낀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금융시장 전체로 보았을 때, 파생은 리스크 헷지(risk hedge)를 위한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파생시장 규모가 워낙 전 세계에서도 큰 편이기 때문에 파생시장이 금융시장의 메인이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으나, 역사적으로 파생시장은 어찌 되었든 기본 실물/현물 거래에 대한 리스크 헷지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기에, 헷지를 위한 소량/소액의 투입을 기본으로 봐야합니다.
"적은 금액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파생시장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매월 내보내야 할 자금이 있기에, 진입할 때 마다 적은 수익이더라도 따박따박 수익을 내기 원했고,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오랫동안 포지션을 홀딩해야 하는 것의 심적 부담도 컸기 때문에 "많은 금액으로 적은 수익률"을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제 생각은 多 진입으로 이어졌고, 그 때마다 어느 개인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따박따박 잘 벌다가 원웨이장에서 손절을 못하고 큰 실패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합성전략이나 양매도전략 등을 충분히 써야함에도, 실패를 빨리 복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해, 늘 네이키드 옵션매수로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파생은 정말 심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대는 정말로 AI가 개인의 심리를 잘 반영하여 농락하는 움직임만 더욱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버틸 수 있는 심리가 되려면 버릴 수 있는 자금이어야 하고, 그래야 나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최저/최고점을 알 수 없는 이상 자금관리가 되지 못한 내 전체 자금으로 (-)가 찍혀가는 계좌를 버틸 수가 있을까요? 더욱이 옵션은 시간가치가 존재하는데요...
그리고 제가 파생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심리 부분은, 이것을 가족 및 주변 사람들에게도 정직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 사람들이 파생시장을 설명해 줘도 모르니, 어떻게 얘기를 하냐?"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결국 인생사 모든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은 지속될 수 없고, 좋은 결말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고, 12년 간의 파생투자 과정에서도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빚이 쌓여가는 것보다 오히려 이 부분의 어려움과 미안함이, 삶을 중단하려고 마음 먹었던 시도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작성하다 보니, 두서도 없고 내용도 없습니다만...
가족들에게도 되돌릴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주고 모처럼 하늘을 바라보니 "왜 빨리 그만 두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는 파생 말고도 중요한 많은 것들이 있고, 어려운 경제의 문제도 가정이 깨지기 전에 진솔하게 얘기하고 힘을 합쳐 극복했으면...그 과정은 힘들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힘든 시간을 함께 극복한 정말 소중한 추억이 생기고 삶을 더 잘 살아갈 힘을 얻었을텐데...
봄 날씨가 좋습니다,
눈팅으로라도 팍스에 오는 걸음이 마지막이겠지만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의 앞날에 지금보다 더 좋은 추억들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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