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175조 ‘창사이래 최대’
영업익 5.9% 줄어 ‘4년만에 감소’
강달러에 판매보증충당금 늘어나
"올해 도매판매 목표 417만대 설정"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이 증가하면서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장 큰 변수는 환율이다. 지난해 연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이 매출액 측면에서는 호재로 작용했지만, 기말 환율을 적용하는 판매보증충당금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차는 그동안 고환율의 수혜를 받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계엄 사태 등으로 인한 급격한 환율 변동성이 이번엔 발목을 잡았다. 아울러 경쟁 심화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인센티브) 부담이 높아진 것도 이익 감소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 창사이래 최대, 영업익 5.9%↓
현대차는 23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 14조239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수치이자 연간 기준 창사 이래 최대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 줄었다. 연간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해 4·4분기 실적 부진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해 4·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2조8222억원에 그쳐 작년 보다 17.2% 감소했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8.1%였지만, 4·4분기에는 6.1%까지 떨어졌다. 연말 급등한 환율로 부채에 해당하는 판매보증충당금이 증가한 것이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고환율은 매출과 영업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판매보증충당금도 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보증충당금은 기말 환율을 적용하는데, 계엄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했던 시기가 연말이어서 충당금 규모가 더 커졌다는 후문이다. 기말 환율 평가로 인해 증가한 판매보증충당금 규모는 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간 평균 환율을 적용하지만 판매보증충당금은 기말 환율을 적용한다"면서 "지난해 가장 원·달러 환율이 높았던 시기가 연말인데, 이 같은 기준점 차이가 발생하면서 영업이익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센티브 지급을 늘린 것도 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일각에선 환율이라는 돌발 변수의 영향력이 컸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극심했던 상황 속에서도 매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또 다시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감소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CFO) 이승조 부사장은 "현재 미국에서 (1년에) 100만대 조금 못하게 판매하고 있는데, 관세를 부과해도 70~80% 정도 커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부사장은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와 혼다 경우 멕시코, 캐나다에 공장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이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보편 관세의 부정적인 효과 측면에서 보면 도요타나 혼다보다 크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라고 말했다.
■판매 417만대·영업이익률 7~8% 목표
현대차는 올해 연결 기준 연간 가이던스를 제공하고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는 가이던스에서 올해 연간 도매판매 목표를 417만대로 설정했다. 또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3~4%로,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7~8%로 세웠다.
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대응, 미국 전기차 공급망 구축, 지속적인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6조7000억원, 설비투자 8조6000억원, 전략투자 1조6000억원 등 총 16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말 배당금은 주당 600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작년 연간 배당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주당 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인 '배당성향 25% 이상 설정'에 따른 배당액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cjk@fnnews.com 최종근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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