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정책 불확실성 확대에
에너빌 주가 일주일새 20% 빠져
주총서 국민연금 ‘기권’ 행사할듯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계엄령 사태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12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주가가 단기간에 20% 넘게 하락하며 국민연금의 기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9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5차 위원회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에 관해 조건부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위는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낮거나 같은 경우는 '기권'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현 정부의 원전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며 2만1000원 이상을 유지하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최근 일주일 새 급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9일 종가는 1만7380원, 두산로보틱스는 5만7400원을 기록했다.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가 8만472원이다. 하루 만에 각각 20.2%, 40.2%가 올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권표'를 행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4447만8941주(발행주식총수의 6.94%)를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국민연금 한 곳만으로도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한도를 넘어서며 분할합병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면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그룹이 할 수 있는 방안은 주식매수청구권 기간 주식 매입이다. 다만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너무 커지면 두 회사는 분할합병을 해제하거나 계약을 변경해야 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 매수한도로 6000억원을 설정했기 때문에 약 2872만1876주를 매수할 수 있다.
10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인 2만890원을 상회하지 못하면 주식매수청구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도 악재다.
임시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 안건이 통과되면,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많으면 합병은 추진될 수 있지만 주식을 사들이는 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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