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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금융정책 수장,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고삐 조이나[고승범-정은보號 출범]

파이낸셜뉴스 2021.08.05 18:22 댓글 0

고승범 "가계부채·자산가격 등 경제·금융 위험요인 철저히 관리"
행시 동기·금융위 출신 공통점
금융위·금감원 갈등 해소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신임 금융위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내정했다. 고 후보자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거쳐 금통위원을 연임하는 등 금융정책 전반에 전문성과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뉴스1

문재인 정권 말기 금융당국을 이끌어 갈 '금융 투톱'이 새롭게 진용을 갖추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금융위원장에,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대표가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된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금융당국 두 수장을 한꺼번에 교체한 이유는 정책변화와 안정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정부는 저금리 기조의 경기부양 위주 금융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가 극명하게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금리상승과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수장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금통위원을 한차례 연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홀로 금리인상 주장을 내는 등 매파적 성격을 보여왔다. 약 3개월간 공석이던 금감원장에는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대표를 내정하면서 정부가 '학계' 출신에서 '관료' 출신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권에 대해 과도한 제재 중심의 개혁보다 안정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두 사람은 행정고시 28회, 금융위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은 금융 전문가로 여겨진다. 어쨌든 두 수장은 손발을 맞춰 이번 정부가 끝나는 내년 5월 말까지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금융위·금감원·한은, 화합 시동(?)

특히 이번 감독기관 수장 인사의 키워드는 시장 안정과 화합으로 풀이된다. 한은을 거친 인물이 금융위의 컨트롤타워가 됐고, 역시 금융위 출신이 금감원 수장을 맡아 당분간 갈등을 빚는 사례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승범 후보자는 금융위와 한은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금융위 시절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을 역임해 금융위 실무와 관리자 역할 전반 업무를 아우를 적임자로 꼽힌다. 한은 금통위원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연임한 금통위원이기도 하다.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에선 위원 7명 가운데 유일하게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정은보 내정자도 비슷한 궤적을 가졌다.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고 후보자는 "가계부채, 자산가격 변동 등 경제·금융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나가겠다"면서 "한국판 뉴딜 추진, 금융산업 혁신과 디지털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선도형 경제·금융으로의 전환을 적극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금감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력해 리스크 요인들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가상자산 등 과제 산적

두 기관은 약 9개월 남은 정부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반기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해 연착륙시켜야 하고 9월 말까지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옥석 가리기도 마무리해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달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규제하는 내용의 가계부채관리대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DSR규제가 덜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권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주부터 2금융권 대출실적을 매월 1회에서 매주 보고로 변경하고 밀착관리 중이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위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위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오는 9월 24일까지 심사를 통해 정식 가상자산거래소를 등록해야 한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은행의 실명계좌확인서를 받아야만 금융위에 등록신청서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은행이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아 한 곳도 금융위에 등록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풀어야 할 사안도 많다. 사모펀드 사태의 후폭풍이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디스커버리,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사이에 두고 금감원과 금융사 간 법적 공방도 아직 진행 중이다. 제재심에서 중징계 결정을 받은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건 행정소송 1심 판결이 오는 20일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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