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개편도 '불안'...일반고로 안전 지원
서울 시내 자사고도 '미달'..."정책 못미더워"
불경기도 한술...대학보다 비싼 고등학교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중등부 의대진학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
[파이낸셜뉴스] 올해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지원자가 예측과 달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증원과 수능 개편 등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늘어나며 상위권이 몰리는 특목·자사고 지원 증가세가 멈춰섰다는 분석이다. 길어진 불경기에 비싼 등록금 역시 학부모들의 발목을 잡았다.
20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2025학년도 특목·자사고 입시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원 현황을 공개한 전국 31개 자사고의 평균 경쟁률은 1.33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1.37대 1에 비해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결과다. 전체 지원자 수 역시 1만3745명으로 전년(1만4238명)보다 3.5% 줄었다.
올해 입학하는 고등학교 1학년생은 지난해 확정된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을 적용 받는 세대다. 내신 등급제는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변모했고 수능 역시 공통으로 사회·과학을 모두 응시하게 된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같은 학교에서 내신 경쟁을 벌이는 부담은 줄어든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수능 고득점을 위한 면학 분위기를 따라 특목·자사고의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반면 실제 지원 결과는 예측과 달랐다. 오히려 '명문'으로 여겨지는 서울권 자사고에서도 정원 미달 사태가 일어났다. 올해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서울 세화고는 입학 경쟁률이 0.91 대 1, 서울 강남의 휘문고도 0.67 대 1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교육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며 "경제가 어려운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의대 정원 협의가 2년차에 접어들며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입시요강에서 2000명 증원을 확정했던 의대 정원은 올해 1500여명을 증원하는데 그쳤다. 이에 더해 2026학년도에는 아예 증원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높다.
공통으로 사회·과학을 모두 응시해야 하는 '2028 수능'에 대한 예측도 불투명한 상태다. 수능 가이드라인이 나오더라도 올해와 같이 각 과목의 변환점수에 따라 대학 입시 전략이 바뀔 수 있어서다. 특히 시행 첫 대상이 되는 고1 학생들의 경우 내신의 불리함을 무릅쓰고 특목·자사고를 지원하는데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문·이과 통합'이 확정되며 외국어고의 지원은 오히려 늘어났다. 문과 위주인 외국어고에서도 의대 진학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외국어고(전국 28개교) 지원자 수는 올해 7,673명으로 전년보다 5.6% 증가했다.
임 대표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문과, 이과 구분이 완전히 사라진다"며 "문과 위주로 운영되는 외국어고 재학생도 의대에 갈 기회가 넓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특목·자사고 진학은 부담이 가는 선택지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자사고의 1인당 평균 학부모 부담금은 794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 682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 4년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86.4%에 달했다. 2019년 173.7%에서 4년 새 12.7%p가 오른 수치다. 고등학교부터 대학 수준의 등록금을 부담할 여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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