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시간들,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 공식 초청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관객과 호흡  |
| '극장의 시간들' 첫 번째 에피소드 '침팬지' 김대명 배우. 씨네큐브 제공 |
극장은 오래전부터 무대였다. 배우가 발을 내디딘 나무판 위가 아니어도,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관객이 된다. 25년 동안 한국 예술영화의 성역처럼 자리해온 '씨네큐브'가 이제 스스로의 역사를 무대 위로 올린다.
씨네큐브는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첫 영화 '극장의 시간들'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오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지는 축제의 한가운데서 관객과 첫 호흡을 나누게 된다.
이 작품은 두 편의 단편이 한 무대에서 교차하는 앤솔로지 형식이다. 그 방식은 마치 서로 다른 연극이 같은 무대 장치 속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 '침팬지'는 2000년 광화문을 배경으로, 우연히 얽힌 세 영화광이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장면을 펼쳐낸다. 이종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김대명, 원슈타인, 이수경, 홍사빈이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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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의 시간들' 두 번째 에피소드 '자연스럽게'의 한 장면. 씨네큐브 제공 |
두 번째 에피소드 '자연스럽게'는 어린이 배우들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향해 분투하는 과정을 다룬다. 연극 무대에서 늘 부딪히는 화두, 즉 자연과 인위 사이의 긴장이 스크린 위에서 되살아난다. '우리들', '우리집'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듯 섬세한 시선을 보여온 윤가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고아성이 감독 역을 연기하며 극을 이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는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오르는 공식 무대다. 그곳에 씨네큐브의 첫 제작 영화가 초청된 것은 단순한 행보가 아니다. 25년간 축적한 예술영화관의 기억과 자산이 다시 관객 앞에 무대화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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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가은 감독. 씨네큐브 제공 |
지난 2000년 개관한 씨네큐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관이다. 연극이 지역 문화의 온도를 지켜내듯, 씨네큐브는 한국 영화문화의 다양성과 깊이를 키워왔다. 운영사 티캐스트는 2010년부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퍼펙트 데이즈' 같은 작품들을 직접 수입·배급하며 관객의 감각을 넓혀왔다. '극장의 시간들'은 그들이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영화는 영화제 상영을 마친 후 내년 상반기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산에서는 GV(관객과의 대화)와 무대 인사가 함께 열려 관객과 창작자들이 극장을 또 하나의 공연 공간처럼 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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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필 감독. 씨네큐브 제공 |
씨네큐브 박지예 팀장은 “씨네큐브 25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관객을 만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창작자와 관객을 연결하는 다양한 무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연극에서 무대와 관객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이야기는 완성된다. '극장의 시간들' 역시 스크린과 객석의 호흡으로 완성될 작품이다. 부산에서 시작되는 이 여정은, 결국 극장이 곧 무대임을 다시 확인시키는 초대장이다.
씨네큐브의 25년,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은 이제 관객의 시선 속에서 또 다른 막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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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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