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에 휘둘리는 트럼프, 호주와 손 잡아

美 트럼프, 20일 호주 정부와 희토류 등 광물 개발 협정
향후 6개월 동안 각각 10억달러 투자
세계 1위 희토류 대국 中 맞서 2위-4위 합심
이달 말 시진핑과 담판에서 협상 포석 마련일 수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희토류를 틀어 쥔 중국의 공급 압박으로 무역 전쟁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와 대규모 희토류 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이달 한국에서 중국과 담판을 앞둔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정한 무역 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나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 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앨버니지는 이번 투자 협정을 통해 "호주와 미국이 향후 6개월 동안 즉시 시행 가능한 사업을 통해 각각 10억달러(약 1조4274억원)를 투입할 것이다"면서 3가지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이 앞으로 6개월 동안 광물 관련 사업에 총 3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해당 사업이 완료되면 530억달러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은 양국 간 광물 사업을 위해 22억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 의향서 7건을 발급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양국은 광산 및 가공 시설에 대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핵심 광물에 대한 최저 가격제를 도입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협정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트럼프는 이번 협정에 대해 "1년쯤 뒤면 우리가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17종의 금속 원소인 희토류는 환경오염과 인건비 등의 문제로 현재 중국에서 가장 많이 채굴 및 가공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희토류 생산량의 69.77%가 중국에서 나왔다. 2위는 미국(11.6%), 3위는 미얀마(7.97%), 4위는 호주(3.33%) 순서이다. 트럼프는 올해 취임과 동시에 중국과 무역 전쟁을 시작했으나 중국이 지난 4월부터 각종 전자제품과 무기류에 반드시 필요한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보도에서 희토류로 만든 영구 자석을 언급하며 지난달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희토류 영구자석 규모가 420.5t이라고 전했다. 이는 전월 대비 29% 줄어든 숫자다.

트럼프는 이미 올해 2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희토류가 풍부한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주장하며 희토류 공급망 안정을 추구했다. 그는 지난 3월 행정명령으로 미국산 광물 생산을 촉진했으며, 지난 4월에는 우크라이나에게 전쟁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등 광물 자원 지분을 받아냈다. 호주와 맺은 이번 광물 협정 역시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조치로 추정된다. 중국은 이달 발표에서 오는 12월부터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예고했으며, 트럼프는 다음달 1일부터 100% 보복관세를 추가한다고 경고했다.

양측의 강경 대응은 이달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에서 만나기로 했다.

트럼프는 20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아마도 시진핑과 매우 공정한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을 떠날 때는,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는 매우 강력한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측 모두 만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중국은 우리와 거래하지 않으면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며, 그들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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