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방 안' 미술관 여행 안내하는
도슨트계의 아이돌 정우철
미·알·못을 위한 해설자 조원재
앙리 마티스·구스타프 클림트
이중섭·나혜석·이응노·장욱진…
화가의 인생 이해하면 작품이 보여
|
내가 사랑한 화가들/정우철/나무의철학 |
|
방구석 미술관 2:한국/조원재/블랙피쉬 |
한 도시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미술관들이 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뉴욕의 근대미술관 등이 그렇다. 여행 일정을 계획할 때면 늘 정해진 코스처럼 그 도시의 대표적인 미술관을 한 곳 쯤은 넣곤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대. 여행은커녕 미술관, 전시회 관람조차 쉽지 않은 시절이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지금 같은 시기에 보다 안전하고 편하게 미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방 안에서 세계 미술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도서 2종을 소개한다.
먼저 '도슨트계의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정우철 도슨트가 처음으로 출간한 '내가 사랑한 화가들'(나무의철학 펴냄)이다. 저자 정우철은 EBS 클래스e 시청률 1위 기록을 세운 '미술극장'의 진행자이자 명화를 소재로 한 JTBC 미술예능 '그림 도둑들'의 패널로도 출연할 만큼 유명한 전시 해설가다.
정우철 도슨트의 전시 해설이 유명한 이유는 작품 분석이나 정보 설명에 주력하는 다른 해설과는 다르게 한 화가의 인생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미술사를 몰라도, 그림 지식이 없어도, 화가의 인생을 알면 얼마든지 그림을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에는 앙리 마티스, 프리다 칼로, 구스타프 클림트, 베르나르 뷔페 등 저자가 특별히 사랑하는 화가 11명의 이야기와 작품이 담겨 있다. 책에는 화가에 대한 친절한 안내와 함께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 이미지가 풍성하게 삽입돼 있어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힌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이 서양 미술가들을 다뤘다면 한국 미술가들의 이야기에 주목한 책도 있다. 화제의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기획·진행하며 쏟아지는 미술 팟캐스트들 사이에서도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는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편'(블랙피쉬 펴냄)이다.
서양 미술에 대해 쓴 전작 '방구석 미술관'에 이어 출간된 '방구석 미술관 2'에서는 한국 미술과 한국의 미술가가 주인공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중섭, 나혜석,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이우환까지 총 10명의 우리 화가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부터 아름답고 숭고한 작품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조원재 저자 특유의 실감나는 스토리텔링과 함께 수록된 화가들의 주옥같은 작품으로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한 책이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방구석 미술관'의 저자 역시 미술 비전공자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미술 작품을 보기 위해선 전문 지식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미술 교양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미알못을 위한 미술 교양서'란 말 그대로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미술책이라는 뜻인데 만약 '미술' '예술'이라는 주제를 떠올릴 때마다 어렵고 막막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면 이런 미술 교양서들로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굳이 시간 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내 방에서 미술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들과 함께라면 앞으로 미술관을 직접 갔을 때 아는 만큼 더 많은 것들이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윤희 인터파크 MD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