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은행과 'DJ 뱅크' 이달 첫선
ERP시스템에 금융서비스 접목
더존비즈온 보유한 회원사 대상
맞춤형 대출상품 출시 계획도
신한금융그룹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대신 선택한 전사적 자원관리(ERP)뱅킹 사업이 다음달 출격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ERP뱅킹 브랜드 'DJ 뱅크(Bank)'가 10월에 첫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약 300만 ERP 회원사를 대상으로,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DJ 뱅크의 첫 상품이 나오면 신한금융은 ERP뱅킹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4일 'DJ Bank' 상표권을 등록하면서 출격을 준비해왔다. DJ 뱅크는 '디지털 제주은행'이라는 뜻으로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을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20명 정도로 ERP뱅킹사업단을 꾸려 신한금융과 함께 준비중"이라며 "다음 상품은 내년 초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RP뱅킹은 기업 자원 통합관리 프로그램인 ERP시스템에 금융을 접목하는 임베디드 금융이다. 금융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의 동의를 거쳐 실시간 자금흐름과 거래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니즈에 맞고, 적시성 있는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안이 가능하다. 비대면 채널을 통해 별도의 서류 준비 없이 빠르게 기업금융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신한금융은 ERP뱅킹 시장의 규모를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까지 보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21년부터 더존비즈온과 ERP뱅킹 서비스를 구상해왔다.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더존비즈온과 업무협략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다방면으로 임베디드 금융 비즈니스를 모색했다.
2022년 7월 신한은행과 더존비즈온은 SGI서울보증과 함께 기업신용평가사 테크핀레이팅스를 설립했고, 올해 4월에는 더존비즈온이 신한금융 계열사 제주은행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ERP뱅킹 사업을 본격 추진해왔다.
신한금융은 ERP뱅킹으로 기업금융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사업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앞서 진 회장은 지난 7월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30여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ERP뱅킹,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AI)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술 과제가 아니라 금융 본연의 기능을 재편하고 '고객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 혁신에 집중하면서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은행은 더존비즈온의 기업정보를 바탕으로 오는 2027년 중소기업·소상공인(SOHO) 특화은행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기존 영업체제를 바꾸고 금융 상품과 서비스 등 전 영역을 재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제4인뱅 설립이 무산되면서 DJ 뱅크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금융당국은 제4인뱅을 신청한 4개 컨소시엄에 대한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이에 제4인뱅 설립 자체가 아예 중단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초 더존비즈온을 중심으로 제4인뱅에 참여하려 했던 신한금융의 방향 전환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4인뱅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회사들이 워낙 많아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제4인뱅이 설립돼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겠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며 "더구나 제4인뱅으로 수익을 얻으려면 최소 7~8년은 지나야 하기에 방향을 선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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