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 반도체 장비업체… 올해 미뤄진 발주 쏟아진다

작년 반도체 업황 예상보다 부진
주성엔지니어링·신성이엔지 등
장비 수주 줄면서 역성장 '쓴맛'
올해 대기업 투자 재개 움직임
'최대 실적' 장밋빛 전망 잇따라

주성엔지니어링 반도체 증착장비.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반도체 장비기업들 상당수가 지난해 반도체 불황 여파로 실적 역성장을 경험했다. 하지만 올해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국내외 전방산업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조짐을 보이면서 실적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35% 줄어든 284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39억원에서 289억원으로 76% 감소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원판(웨이퍼) 위에 필요한 물질을 정밀하게 입히는 증착장비에 주력한다. 특히 '원자층증착장비(ALD)'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거래처는 SK하이닉스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반도체 불황 여파로 장비 수주가 줄면서 매출액이 감소했다"며 "여기에 신사업인 태양광 장비 수출도 일부 지연되면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신성이엔지도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신성이엔지가 지난해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액이 전년보다 13% 줄어든 577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8% 감소한 69억원이었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를 만드는 공간인 클린룸 안에 먼지가 없도록 유지하는 산업용 공기청정기 '팬필터유닛(FFU)'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60% 이상으로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클린룸 분야에서 검증한 장비 기술력을 최근 2차전지 장비 분야로 확대하는 중이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클린룸 장비를 수주했지만 대부분 공사가 올해로 연기됐다"며 "공사가 예상보다 35% 수준만 진행되면서 매출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 역시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52%, 69% 줄어든 1590억원, 346억원이었다. 한미반도체는 '비전플레이스먼트', 'TC본더' 등 반도체 후공정 장비에 강세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장비기업들이 실적 반등을 일굴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메모리반도체 범용제품(DDR4 8Gb)의 1월 고정거래가격이 전월보다 9.09% 상승한 1.80달러였다.

이로써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 15.38% 상승하며 2년 3개월 만에 반등한 이래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아울러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4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이 직전 기간보다 13∼18%, 낸드플래시는 18∼2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잇달아 반도체 장비기업들에 대한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KB증권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매출액 432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022년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 4380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1090억원을 올리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증권은 한미반도체가 올해 전년보다 3배 정도 늘어난 4500억원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럴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국내외 반도체 대기업들이 최근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인다"며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올해 전년과 비교해 긍정적인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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