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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균 칼럼] '민생 25만원'의 불편한 진실

파이낸셜뉴스 2024.05.20 18:34 댓글0

'통신비 2만원' 낭비 전례
물가 자극, 경제효과 낮아
재정 13兆 미래투자 써야


정상균 논설위원
정상균 논설위원
2020년 가을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논란을 기억하는가. 그해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 위로"라며 통신비 일부를 내주겠다고 했다. 여당의 느닷없는 제안에 국민들도 의아해했다. 당시 설문에서 응답자 60%가 "잘못한 일"이라고 했을 정도다.

여야가 설전 중에 30~40대는 제외한다고 하자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우리를 왜 빼느냐"며 불만이 쏟아졌다.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주는 것으로 바꿔버렸다. 9300억원이 들었다. 야당이 "선심성 낭비"라고 반대하자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직전에 16~34세, 65세 이상(약 2050만명)에게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4100억원을 통신사에 바로 줬다. 국민 위로는커녕 혈세로 국내 최고 고임금 대기업인 3대 통신사 배만 불렸다. 고용·생산 부가가치 하나 만들지 못한 최악의 포퓰리즘 중 하나였다.

2024년 봄 22대 총선에서 대승한 민주당이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 공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13조원이 든다는 나랏빚을 내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서민경제를 멍들게 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자, 위헌 소지가 큰 처분적 법률(특별조치법)로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마저 무력화할 태세다. 설령 전 국민 지급에서 후퇴해 소득 하위 70~80% 선별지원을 한다 해도 적지 않은 행정비용과 '성실납세자 차별' 논란은 불 보듯 뻔하다.

25만원의 가치가 개인마다 다르고, 시장에 일시에 풀려 약간의 경기진작은 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정말 도움이 될까. '통신비 2만원'에 4100억원을 썼더니 다음 해인 2021년 10월 물가(3.2%)가 9년9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이것이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평균치인 2.5% 선이었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지금은 고금리에 물가마저 3%대로 높은데, 13조원이 일시에 풀리면 물가가 더 오를 것이 확실하다. 서민들의 실질소득은 낮아지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다. 일자리는 줄어든다. 2020년에도 가구당 40만~100만원씩 1차 코로나 지원금 14조원이 풀렸다. 나중에 효과를 보니 30% 정도만 소비로 이어졌다는 분석(KDI)도 있다. 실제 정부지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매우 낮다는 의미다.

공돈의 쾌락은 짧다. 누군가에게 더 큰 부담이 되어 청구된다. 혈세 13조원, 약 100억달러의 가치는 작지 않다. 미국이 삼성전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고 지급한 보조금이 8조8000억원이다. 이 돈을 마중물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50조원 이상을 투자, 일자리 2만여개를 창출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 2월 일본 구마모토에 준공한 반도체 공장 투자비가 11조5000억원이다. 일본 정부가 TSMC에 지급한 보조금이 4조2000억원. 이 돈으로 양배추밭이던 마을에 6000개의 일자리를 만든 것이다.

현대차가 울산에 건설 중인 연 20만대 전기차 전용공장 투자비는 2조3000억원. 13조원이면 단순 계산해 이런 공장 6개를 만들어 1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4년 전 '통신비 4100억원'을 5만명 이상 수용하는 국내 최초 돔 공연장에 민간과 합작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세계적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서울 공연도 가능했을 것이다. 올 2~3월 일본 도쿄돔,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스위프트 공연으로 7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봤다고 한다. 지도자들이 말하는 '승수효과'가 이런 게 아닌가.

공돈은 혀에 녹는 사탕과 같다. 미래 세대를 담보로 빌린 몇 십만원을 현세대 개개인이 나눠 써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다. 국가재정을 우리의 성장잠재력과 미래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게 마땅하다.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찾아 더 포용하며 양극화를 줄여가는 데도 재정이 많이 필요하다. 빈부와 무관하게 살포한 현금 25만원과 국가재정 13조원의 가치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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