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선단공정 양산력 삐걱
1년2개월만에 IFS 총괄 바꿔
업계 "손익분기점 넘기기 요원"
삼성·TSMC '글로벌 2강' 굳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추월하겠다고 공언했던 인텔이 파운드리 사령탑을 1년여 만에 전격 교체하는 등 사업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공격적인 투자에도 인텔이 파운드리 분야의 초미세 선단공정 양산력에서 문제를 드러내면서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구도에 위협이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
케빈 오버클리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수석부사장. 인텔 제공 |
■파운드리 수장 조기 교체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케빈 오버클리를 파운드리 서비스(IFS) 신임 수석부사장으로 선임하면서 파운드리 총괄을 1년2개월 만에 전격 교체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인사가 선단공정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본격 도입한 인텔의 파운드리 선단공정 기술력이 검증대에 오른 가운데 기술고도화, 대형 고객사 확보 등에 속도를 내려는 행보로 보인다. 글로벌파운드리, 마블테크놀로지 출신인 오버클리는 파운드리·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을 모두 거친 반도체 전문가다.
아울러 인텔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자 수장을 교체해 쇄신을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인텔은 올해부터 파운드리 사업부를 별도로 분리해 실적을 공개하고 있는데, 올 1·4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0% 줄어든 44억달러(약 6조원)에 그쳤다. 더욱이 인텔의 파운드리 매출 대부분이 외부 고객사가 아닌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실제 지난해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서 외부 고객사 매출 비중은 5% 수준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매년 커지고 있다. 2021년 51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22년 52억달러, 2023년 70억달러, 2024년 1·4분기 25억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양산 벽에 막혀 삼성 추월 '미지수'
인텔은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개발·양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위에
나노 단위로 더 촘촘하게 반도체 회로 패턴을 그릴 수 있는데, ASML이 독점생산하고 있어 장비 쟁탈전이 치열하다. 인텔은 ASML로부터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양산에 필요한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를 TSMC, 삼성전자보다 먼저 확보했다. 인텔은 2026년 하반기부터 1.6나노(A16) 공정 양산을 시작한 뒤 2027년 1.4나노(14A)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다.
다만 인텔은 최대 약점인 선단공정 양산경험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인텔은 3나노를 건너뛰고 2나노 이하로 직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현재 인텔의 최선단공정은 7나노 수준이다. 인텔이 2016년 파운드리 사업 진출 후 2년 만에 철수한 것도 7나노 수율개선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납품단가가 중요한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인텔의 생산거점이 미국, 유럽 등에 있다는 점도 변수다. TSMC, 삼성전자와 비교해 원가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일각에선 인텔이 2030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2030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파운드리 2위 기업이 되겠다는 인텔의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 파운드리는 지난해 3·4분기 매출 점유율 기준 업계 9위에 처음 이름을 올렸지만, 4·4분기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선단공정으로 전환될 때마다 공정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며 "선단공정 수율개선 노하우가 뒤처지는 인텔의 양산 로드맵이 계획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