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서 명절·성수기 혼란 초래 우려
실제 지난 추석 보안검색에 10분가량 소요
책 100% 개장검색 땐 시간 2배 소요 전망
인천시장 출마 가능성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남은 임기 6개월 패스트트랙, 5단계 확장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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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공사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화 밀반출 대통령 업무보고 관련 답변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
[파이낸셜뉴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외화 밀반출 방지를 위한 '책 전체 개장 검색'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특히 겨울철 외투 검색으로 보안검색이 늦어지는 가운데, 내년 설 명절과 맞물려 전체 개장 검색이 이뤄지면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이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업무 지시에 따를 의지도 없고, 공공기관장으로서 책임 있게 조직을 운영할 뜻이 없다면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는 지적 속에서도 소신을 밝힌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야권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며 거론되는 조기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책 개장검사 땐, 겨울 성수기·명절 대혼란
이학재 사장은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화 밀반출 방지를 위한 책 전수조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책갈피 속에 100달러 전수조사는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공항 운영 부문에서 여객 짐을 전부 개장해서 책을 검사하는 건 불가능하고, 서비스 측면에서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공항공사는 칼, 송곳 등 유해물품에 대한 보안 검색을 맡고 있고, 외화 밀반출은 적발되면 세관으로 이관해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책 개장 검색이 내년 초 진행되면 여객들의 불편이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이 사장은 "겨울철은 두터운 외투로 보안검색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내년 초에는 명절까지 있다"라며 "책 개장 검사와 명절이 겹치면 (혼란을) 상상할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인천공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 출국 수속 목표 60분을 따르고 있다. 실제 인천공항의 평균 출국 수속 시간은 45분이다. 이 중 보안검색에 소요되는 시간은 10분가량이다. 김창규 인천국제공항공사 운영본부장은 "지난 추석 명절 보안검색에 평균 9분 35초가 걸렸고, 여름휴가 등 성수기에 10분을 거의 꽉 채운다"며 "모든 분들의 책을 개장검색 하면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의 발언은 민주당의 사퇴 압박 속에 나온 점이 눈에 띈다.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업무 지시에 따를 의지도 없고, 공공기관장으로서 책임 있게 조직을 운영할 뜻도 없다면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부 산하 기관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에게 "1만 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는데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 사장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자 "책을 다 뒤져보라"고 지시했다. 이어 "말이 길다", "다른 데 가서 노시냐", "써 준 것만 읽는다"고 질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사장이 내년 야권 인천시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방선거 출마와, 이와 관련해 조기 사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사장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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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연합뉴스 |
"패스트트랙·5단계 확장 공사 시급"
그는 오히려 남은 6개월 남은 임기 동안 '패스트트랙 도입'과 '인천공항 5단계 확장 사업'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내비쳤다. 세계 최고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공항은 세계 30대 공항 중 유일하게 '유료 패스트트랙' 도입을 안 하고 있다. 이 사장은 "프리미엄 비즈니스 패스트트랙은 세계 15위 공항 중 인천만 안 하고 있다"며 "공항에서는 상식인데 정부와 정치권에 이야기를 해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5단계 확장사업에 대해서는 "2033년에는 4단계 확장 지역까지 포화될 전망인데,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인천공항의 혼잡과 여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것"이라며 "역대적으로 봐도 2단계 확장 사업이 끝나기 전에 3단계를 진행했고, 3단계를 끝나기 전에 4단계를 시작한 만큼 서두르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화 밀반출과 관련해서는 "공항은 외화 밀반출의 주요 루트가 아니고, 공사의 주 업무가 아니다"라면서도 "관세청 세관과 협력해 예전보다 검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올해 경영성과를 발표했다. 올해 여객은 지난해 대비 3.1% 늘어난 7404만명을 기록했고, 내년에는 최대 7806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늘어난 여객만큼 매출도 7% 증가한 2조7347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당기순이익은 신라·신세계 면세점 철수 위약금 납입에 따라 58% 증가한 7657억원을 기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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