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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부진을 거듭하던 중국증시가 '중국판 밸류업'을 계기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달리, 기업들에 강제성을 부여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페널티를 부여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지난달 12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신(新)국9조' 정책을 발표했다. 2008년, 2013년에 이어 세 번째 정책이다.
자본시장 규모 확대, 개인 투자자 보호 및 교육 강화가 목적이었던 그간의 정책과 다르게 이번 프로그램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사의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는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페널티 기준 등은 이달 말 발표 예정인데 일정 수준의 강제성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누적 현금배당 총액이 순이익의 30% 미만이고, 누적 배당금액이 5000만위안 미만인 기업은 특별관리대상(Special Treatmen) 종목으로 분류해 회계감사를 진행한다. 상장사들로 하여금 주주환원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여지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자율성'을 내세운 한국과 비교된다. 한국 밸류업은 페널티 없이 기업의 의지에 맡기는 것이 특징이다. 당국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며 자율성 원칙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대신, 우수 기업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면제하고, 배당을 확대한 기업에 관련 세율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이 증시 부양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시장도 화답하는 분위기다. 신국9조를 발표한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한 달여 만에 4.26%(13일 기준) 올랐다. 올해 중국증시가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효과가 즉각 나타난 셈이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은 "이번 정책만으로 중국증시가 상승 폭을 높여가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증시 하단을 견고히 하는 안전판 역할이 기대된다"며 "이달 상하이종합지수가 3200선을 향해 나아가는 배경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 성연주 연구원은 "실질적인 페널티가 내년부터 부과될 예정이라 기업들 사이에서는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은행 5곳은 반기배당을 추가하는 등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어 최소 내년까지는 정책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라나 전문가들은 페널티를 적용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국유기업의 비율이 높아 강제성 효과가 클 뿐더러 기업이 스스로 참여해야 진정한 밸류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남우 회장은 "밸류업에 강제성을 부여하면 주당순이익(EPS)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며 "기업이 스스로 주주환원에 나서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대신, 기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밸류업의 목표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주주와 소통하면서 밸류업에 나설 유인을 늘려가는 것"이라며 "이런 취지를 고려했을 때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은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짚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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