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성형외과서 전립선 수술? 구멍 뚫린 실손에 당국 ‘경고’

금감원 ‘소비자 경보’ 발령
손보사 전립선결찰술 실손 지급
2022년 143억… 1년새 60%↑
병원 시술비용도 최대 20배 차이
비뇨기과 외 타병원 지급도 다수



#. 만 43세 남성 A씨는 지난해 경남 진주 소재 B의원에서 전립선증식증 진단을 내리자 전립선결찰술을 받았다. 3주 넘게 입원하면서 234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가 나왔다. 비급여(국민건강보험 미적용) 의료비 총 2100만원 중 전립선결찰술 시술 비용은 1150만원이었다. A씨가 실손보험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전립선결찰술이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운영 중인 진료비확인신청제도를 신청했고 심평원은 B의원이 복지부 기준을 벗어나 시술비용을 사용했다며 A씨에게 약 1150만원을 돌려주라고 결론냈다. 전립선결찰술은 50세 이상(복지부 고시 기준) 환자에게 시행하도록 정해져 있는데 B의원은 복지부 기준을 어기고 A씨에게 고가의 시술비용을 발생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비급여 전립선결찰술을 통해 실손보험금을 무분별하게 청구하는 행태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다. 소비자 경보가 발령되면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및 처방 과정을 면밀히 살펴야 하기 때문에 보험금을 이전보다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19일 금감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비급여 전립선결찰술 처방과 관련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들이 그릇된 처방에 편승할 경우 실손보험금을 아예 못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다.

금감원이 이처럼 나서는 것은 비급여 전립선결찰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4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가 지급한 전립선결찰술 실손지급보험금은 143억3905만원으로 전년(89억3547만원)보다 60% 이상 늘어났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 이상 남성의 절반 이상이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35만명에 달한다. 전립선결찰술은 전립선비대증 환자를 위한 시술법으로 비대해진 전립선을 국소마취한 뒤 이식용 결찰사로 전립선 양쪽을 묶는 방식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일선 의료기관에서 전립선결찰술을 하면 음경확대술을 서비스로 시술해 준다고 하거나 불필요하게 여러 개의 이식용 결찰사를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험금을 부풀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립선결찰술 시술시 결찰사 한 개 당 비용은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시술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심평원에서 전립선결찰술 시술 비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의원에서 20배(최저 60만원, 최고 1200만원) 차이가 난다. 종합병원에서도 18배, 상급 종합병원 8.71배, 병원 3.3배까지 시술 비용이 벌어진다.

전립선결찰술을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비전문의가 시술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4개 손보사의 실손지급보험금 현황을 진료과별로 분석한 결과 지난 2022년 기준 비뇨의학과(87억9718만원) 뿐 아니라 산부인과(5억4520만원), 한방병원(1억7052만원), 성형외과(5957만원), 안과(317만원), 정신건강의학과(286만원) 등에서도 전립선결찰술이 이뤄졌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2월 발표한 '2024년 업무계획'에서 브로커와 병원이 연계된 조직형 보험사기 및 보험금 지급이 급증한 부문 등에 대한 보험사기 기획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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