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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옛 신문광고] 국민 소화제 까스활명수

파이낸셜뉴스 2024.04.11 18:06 댓글0

[기업과 옛 신문광고] 국민 소화제 까스활명수
옛 어르신들은 속이 안 좋으면 '까스명수'부터 찾으셨다. 사실 이 까스명수는 활명수의 유사 제품이었다. 1897년에 나온 활명수는 국내 최장수 브랜드이자 국내 최초의 양약(洋藥)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전통 소화제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지키고 있던 활명수가 1966년 안 하던 지면 광고를 신문에 실었다.

그 배경에는 1965년에 나온 삼성제약 까스명수의 강력한 도전이 있었다. 삼성제약도 1929년 설립돼 95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제약회사다. 일본과 중국, 만주에 지사를 두기도 했다. 이름이 친숙한 '쓸기담' '우황청심원'이라는 약을 발매한 제약사이기도 하다. 삼성제약의 까스명수는 국내 최초의 탄산계 음용 소화제다. 사실 탄산이 소화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단지 속이 시원한 느낌을 줄 뿐이다. 소화가 잘 안 될 때 콜라나 사이다를 찾는 이유가 그런 느낌 때문이다. 삼성제약은 소비자의 그런 습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까스명수를 개발했을 것이다.

기대한 대로 까스명수는 히트를 쳤다. 희극 배우 김희갑 등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 공세까지 펼쳤다(동아일보 1965년 12월 29일자·사진). 해장에 좋다며 과음 후에도 마시라고 선전했다. 사실 지금도 까스명수나 활명수를 숙취 해소용으로 마시는 이들이 있다. 까스명수는 이런 전략으로 한동안 소화음료제 시장에서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동화약품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했을 것이고, 다른 제약사들까지 가세했다. 동아제약은 '까스트롱'이라는 유사품을 만들려 했다가 반려됐다고 돼 있다.

동화약품도 2년 후 '까스활명수'를 내놓고 맞섰다. 그러다 보니 까스활명수와 까스명수를 놓고 혼돈을 일으키는 소비자가 많았다. 동화약품은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다시 1위를 탈환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제약은 삼성그룹과는 무관하다. 설립일이 훨씬 빠르므로 상표권이 있다면 삼성제약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바이오와 제약을 미래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삼성그룹으로서는 영 마뜩잖다. 이름 문제로 삼성그룹은 실제로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고 한다. 2018년에는 삼성그룹이 삼성제약을 상대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저러나 삼성제약은 2014년 젬백스라는 곳에 인수된 뒤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 500억원대의 매출에 적자도 크다. 언젠가는 삼성그룹이 다시 인수를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

반면 활명수의 동화약품 매출액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3611억원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매출 1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로 2조9000억원대, 2위는 유한양행으로 1조8000억원대. 동화약품은 16위에 올라 있다. 동화약품 제품 가운데 활명수 판매 비중이 20%를 넘는다. 여전히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활명수는 구한말 궁중 선전관이었던 민병호가 궁중 비방에 서양의학을 접목해 제조한 퓨전 신약이었다. '목숨을 살리는 신통한 물'이라는 뜻이다. 아들 민강은 동화약방을 차려 국내 최초의 상표 부채표를 붙여 활명수를 대량생산했다. 활명수는 신문에 전면광고를 게재할 정도로 잘 팔렸다. 당시 활명수 한 병 값은 설렁탕 두 그릇 값과 비슷할 만큼 비쌌다.

동화약방 경영자들이 독립운동에 앞장선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초대 사장 민강은 일찍이 독립운동에 참여하고 있었고 항일 비밀결사인 대동단 사건에도 관여했다. 민강은 활명수를 팔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제공했다. 독립운동가들은 돈 대신 동화약품의 활명수를 중국에 가져가서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는 기록이 있다. 1923년 감옥에서 순국한 민강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1949년 동화약품에 입사해 회장 자리까지 오른 '까스활명수'의 아버지 고 윤광렬 동화약품 명예회장도 광복군 5중대장 출신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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