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옵베스트
愚者論
삼십 년 수행 끝에 “부처도 없고 깨달음도 없다” 하느냐.
그 말 한마디에 이미 삼십 년의 허망함이 드러났도다.
산중에 몸을 두되, 마음은 여전히 세속의 먼지 속에 있으니
공부가 아니라 도피요, 수행이 아니라 습관이로다.
백발이로되 지혜의 눈은 뜨지 못하고,
노인의 이름을 가졌으되 덕의 향기는 없구나.
세월이 그대를 어른으로 만들지 않는다.
시간은 지혜를 주지 않는다.
그대가 스스로를 낮추지 않으면, 수행의 세월은 오히려 허망을 키울 뿐이다.
세상엔 그대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그대가 보지 못한 차원이 있다.
어리석은 자는 “내가 본 것이 전부다”라 말하고,
현자는 “내가 본 것은 바다 중 한 방울일 뿐”이라 말한다.
그대 마음이 이미 끝이라 여기는 곳,
거기가 남들이 걷기 시작하는 자리다.
그러니 저질 철학으로 중생을 혼돈케 말라.
부처를 부정하며 스스로 깨달았노라 떠드는 자여,
그대의 깨달음은 자아의 그림자일 뿐이다.
지혜는 비움에서 오나니,
그대 머리를 채운 삼십 년의 집착이 바로 그대의 족쇄임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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