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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투자시장에 와서 달달달 외웠던 게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강의와 서적이었다. 이 분이 MBN에서 한 <다시쓰는 기술적분석>이란 강의도 지겹게 봤다. 그 외에도 기술적 분석과 트레이딩에 관련되서 본 책만 해도 백수십권이 넘는다. (-쓰레기 책을 고르는 방법 tip. 보고 나서 마음이 너무 편하고 희망이 샘솟으면 쓰레기 책이다.-)
엘리어트 파동, 각도론, 일목균형표, 볼린저밴드 등등등 그 지표를 쓰기 위한 맥락과 상황을 익히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하도 별짓을 다해서 기억은 안나지만 스토캐스틱과 %B의 차이. 볼린저밴드 확장시의 패턴, 볼린저밴드가 확장되는 맥락을 익히는 짓을 수없이 했다. 자기 전 차트 수십개 볼린저밴드로 돌려보는 건 기본이었다. 볼린저밴드와 관련된 건 온갖 카페의 방법론을 비롯해서(뭐 80이평과 240이평을 장기 이평으로 이용하라는 둥 식의) 서적들까지 모두 탐독했다. 무슨 GARCH니 계량경제학 관련 내용도 봤다.
그게 잘 안된다고 생각했을 때 그 다음에는 수급을 분석했다. 수급가지고 이평을 만들어서 매수-매도를 해보기도 하고(이것은 선물시장에서도 해봤다)태블로라는 시각화 유틸로 수급 분석을 해보기도 했다. 이게 지금 당연해보이겠지만 데이터 시각화는 커녕 아무 것도 모를 때 시도했던 일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무모한 일들을 많이 했다. 나중에 머신러닝을 한다고 의사결정나무 모델을 해보겠다며 통계학 블로거들에게 물어 물어 분석을 해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다 실패였다.
나도 파생판의 미생이지만, 왜 그게 실패할 수 밖에 없는지 적어 보려고 한다. 방향이 잘못되면 십년은 커녕 수십년이 걸려도 안되는 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기술적 지표로 예측을 하려는 게 잘못됐다.
모든 기술적 지표는 가격과 거래량이라는 소스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기술적지표는 원소스로 만드는 2차 가공물이다. 그 2차 가공물이 뒤의 흐름을 알려준다는 것부터가 오류다. 그 가공물이 특정 패턴을 모든 기간에서 특정 확률 이상으로 반드시 만들어 낸다는 게 말이 될까? 시골의사도 언급한다. '현재 이평선은 향후 방향에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는다' 이평선 정배열은 추세장의 시그널이기도 하지만 강력한 역추세의 전주곡일 수도 있다. 스토캐스틱도 역추세로도 추세로도 쓸 수 있다.
기술적 지표는 '보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는 치명적 오류도 가지고 있다.
볼린저밴드만 해도 이평과 표준편차 상하단이 있다. 이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승추세도 되고 하락추세도 된다. 표준편차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단 저항선에 부딪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타임프레임을 일-30분봉-5분봉으로 바꿔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어느 지점이든 저항이기도 하고 지지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그냥 보고 싶은 걸 보는 것이다. 자기가 엘리어트 파동 몇 파동에 있다는 걸 안다는 것 자체가 편향이다.
그럼 기술적 지표는 왜 사용하는 것이고 당대의 트레이딩 천재들은 그것을 왜 만든 것일까. <한권으로 읽는 시스템트레이딩>을 보면 기술적 분석의 사용에 대한 힌트가 나온다.
"지표를 사용하는 궁극의 목적은 시장에서 발생하는 힘의 방향과 강도를 파악하고 통계적 우위의 방법을 찾아 낸 후 유리한 쪽으로 편승해서 수익을 얻기 위함이다" (p69)
난 저기서 힘의 방향과 강도를 파악한다는 말조차 지워 버리고 그냥 딱 '통계적 우위'라는 말만 남겨 놓고 싶다. 저 '파악한다'는 말이 마치 기술적 지표로 시장의 힘의 방향과 강도를 파악할 수 있고 앞을 예측할 수 있다는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나는 기술적 지표의 유일한 능력이 필터링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전략은 특정 상품을 켈트너 채널을 이용해서 거래한 그래프다. 이걸 2017년부터 거래한 게 아니고 2019년 2월 말부터 실 운용했다. 과최적이 있을 수 있다고 쳐도 왜 이런 게 가능할까? 켈트너 채널이 미래를 잘 예측해서?
매매횟수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트레이딩에서 비용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대부분 잘 모른다. 일단 말로는 내 한달 수익 이상을 1거래일에 번다는 모 자문사 운용자도 "선물로 하루에 두번 거래하고 돈 벌 수는 없어요."라고 단언했다. 앞서도 데이트레이딩의 비용에 대한 포스팅을 했다. 매매를 오래 자주할수록 결과는 깡통이다. 중간에 운이 좋아 단기복리를 취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깡통이다. 반대로, 매매횟수를 잘 제어 하면 굳이 기술적 분석을 쓰지 않고도 삐뚤삐뚤하지만 우상향이 나온다. 실험은 안해봤지만 랜덤매매를 하더라도 청산 전략을 좀 잘 짜면 가능할 듯 하다.
물론 신묘하게 장을 읽어 낼 수 있는 사람들도 있긴 있다.(나는 못하지만) 자신 자체가 트레이딩 알고리즘이 되서 시장의 수익 구간을 속속 알고 있다는 소위 고수들(시골의사 포함)이다. 그럼 그 사람들이 영원히 그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시골의사가 선물 강의에서 보여줬던 셋업(볼린저밴드 중간선 매수, 볼린저밴드 상단선 추가 매수, 볼린저밴드 중간선 하향돌파시 매수 청산, 볼린저밴드 수축시 진입 제어)은 현재 안 먹힌다. 돌파하자마자 데이에서 원웨이로 꺾어 버리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바로 그 다음날 갭 상승으로 이평선에서 휩쏘 만들어 버리며 올려 버린다. 미래가 창창해서 변동성도 컸던(요즘 드는 생각인데, 변동성도 펀더멘털의 거울같다) 그 시장에서나 먹히던 방법론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기술적분석을 예측보다는 자기를 제어하고 기준을 마련해주기 위한 기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자기가 남에게 절대 공개할 수 없는 신묘한 예측 지표가 있고 전략이 있다는 사람은 쪽지를 주길. 그게 진짜 먹히는지 금방 백테스팅 가능하다. 그런 게 기법이면 나같은 하수도 수십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보나마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셋업이나 필터를 추가할 게 뻔하다. (뭐 이럴 때는 외국인 수급이 올랐으니 사지말고, 이럴 때는 여기서 끊어야 하고) 알고 보면 자기도 그냥 필터링과 자금관리때문에 돈을 번 거였지 예측을 잘해서 돈 번 건 아니었던 것이다.
오해를 부를 수 있지만, 예측, 진실은 생각보다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트레이딩 내내 틀렸고 실패했다. 내 생각대로 된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지금도 실패 한 가운데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크게 손실 입은 적도 없다. 사실 예측보다 중요한 건 '비율'이고 '운'이고 순서라고 생각한다. 만약 예측이라는 게 가능할 때 40번만 딱 맞추면 지구도 살 수 있다. (신문지를 계속 접으면 달나라 갈 길이가 나온다.)그러나 난 파생시장 포함 어느 누구도 지구를 샀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PS. 뭔가 아는 듯 떠드는 것 보니 또 MDD 맞고 계좌 중단할 때가 온 것 같네요. 뭘 아는 듯 썼지만, 사실은 그냥 실패기입니다. 기술적 분석을 열심히 하는 초보분들에게 쓰는 글이기도 하구요. 그 발견할 수 없는 것을 발견하려고 할 때의 고통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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