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토론

고시원 왕국의 주식황제
서울 한 구석, 3평 남짓한 고시원 방 안.
창문도 없는 그 방에서, 최고최저라는 전설(?)의 닉네임을 쓰는 60대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의 방엔 침대 대신 오래된 이불, 책상 대신 박스 위에 올린 노트북 한 대, 그리고 비닐봉지에 담긴 컵라면이 전 재산이었다.
이번 달 고시원비?
저번 달 고시원비?
둘 다 밀렸다.
고시원 총무인 박씨가 문을 ‘쿵쿵쿵’ 두드렸다.
> “최~고최저씨! 이번 달 방세, 저번 달 것도 같이! 언제 낼 거예요?”
“아, 곧 세계 최고 시스템트레이딩 팔아서 돈 들어올 거니까 걱정 말아요!”
총무 박씨는 콧방귀를 뀌며 돌아갔다.
최고최저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이 그물망 차트만 있으면… 월세? 치킨? 전부 해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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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 차트의 탄생
그물망 차트는 대단한 비밀도, 대단한 기술도 아니었다.
그저 엑셀로 대충 선 몇 개 긋고, 색깔을 알록달록 칠한 뒤,
> “이거 외국 헤지펀드에서 쓰는 기법입니다.”
라고 말하면 완성.
그는 팍스넷 게시판에 매일같이 글을 올렸다.
“세계 최고 시스템트레이딩, 단 한 번만에 인생 역전!”
“주식으로 3천 → 30억, 비밀 공개!”
“이거 안 사면 평생 후회!”
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 “또 저 노인네 똥글 쓰네.”
“게시판 더럽히지 마요.”
“신고 박고 갑니다.”
심지어 어떤 이용자는 그의 글을 보고 ‘차단’ 버튼을 눌렀다.
최고최저는 속으로 말했다.
> “이 무지렁이들… 내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몰라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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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행운(?)
그러던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닉네임 **‘개미천국’**이라는 회원이 쪽지를 보냈다.
> “그물망 차트, 얼마요?”
“600만 원이요. 단, 평생 업그레이드 무료!”
“계좌번호 주세요.”
최고최저의 눈이 번쩍였다.
그는 3분 만에 계좌번호를 보내고, 5분 만에 입금 알림을 받았다.
[입금: 6,000,000원]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 미소 지었다.
> “됐다… 드디어 고시원 왕국의 부활이다!”
그날 그는 치킨, 피자, 삼겹살을 시켜 놓고 잔치를 벌였다.
고시원 복도는 기름 냄새로 진동했고, 총무 박씨는
> “드디어 방세 받을 수 있겠구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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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복은 3일도 가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고시원 문이 또 ‘쿵쿵쿵’ 울렸다.
이번엔 총무 박씨가 아니라 경찰 두 명이었다.
> “최○○ 씨 맞습니까?”
“예? 왜요?”
“정보통신망법 위반, 전자상거래 사기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그물망 차트를 사 간 ‘개미천국’은 사실 경찰의 함정수사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미 수십 건의 사기 피해 제보가 있었고, 최고최저는 그중에서도 ‘레전드’급이었다.
그물망 차트를 USB에 담아 건네며 변명했다.
> “이거 진짜 대단한 건데요…?”
“그물망이 아니라 그물에 걸린 건 당신이네요.”
경찰은 무표정하게 수갑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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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그날 저녁, 팍스넷 게시판에 한 줄 글이 올라왔다.
> [공지] 최고최저 영구 차단 및 경찰 수사 중]
게시판을 더럽히던 쓰레기 글이 사라졌습니다. 모두 안심하세요.
고시원 복도에선 총무 박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결국, 자기 그물에 자기 목이 걸렸네.”
어디선가 들려오는 파출소 철문 닫히는 소리가, 그날따라 참 시원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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