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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J소장_ 투자일기코멘트10


2017년 10월 어느 날,

평소 아빠의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맏이가 대뜸 가상화폐 얘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충 이랬다.

용돈을 쪼개 가상화폐를 모아가기 시작했는데 요즘 수익이 크게 나고 있다고

아빠도 안 풀리는 주식에만 매달리지 말고 가상화폐에도 배팅해 보라고


수능을 코 앞에 남겨둔 수험생이 가상화폐를 한다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한 번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맏이의 성향을 알고 있던 터라 

마냥 반대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좀 해보다가 제풀에 꺾이겠지 하는 생각에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공통의 관심사가 생겨난 이후로 부자지간에 대화가 늘어나는 장점도 생겨났다.

그렇게 석 달 가까이 지났을 때 맏이의 가상화폐 계좌는 이백만원에서 삼천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원금은 따로 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아빠의 의견도 통하지 않을 만큼 맏이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2018년 1월 중순, 정부의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가상화폐가 꺾이기 시작했다.

한달 사이에 구백오십만원 정점을 찍었던 내 가상화폐 계좌가 원금인 오백만원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3학년 1학기가 시작된 맏이의 방은 새벽 세 시가 다 되어서야 불이 꺼졌다. 맏이는 말수가 줄어 들었다.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어느 날,

아내가 내게 조용히 귀띔을 해 준다. 요즘 맏이가 가상화폐 손실로 속상해 하더라고. 

아파트 단지를 함께 걷는 동안 맏이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단다.  


맏이는 계좌 잔고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이성을 잃었던 모양이다.

손실을 빨리 복구해 보려고 레버리지를 사용하다가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다. 

차라리 계좌 잔고가 다 사라져 버려야 마음을 비우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했다.


그래, 넌 백기를 든 거야.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이제부터는 수능 준비에 전념해야 돼.

계좌에 남은 오십만원은 수능이 끝날 때까지 아빠가 잘 보관할 게.

그리고 네가 SKY에 합격하면 아빠가 관리해 오던 네 증권 계좌를 넘겨줄 테니까 잘 해 봐. 


그 뒤로 맏이는 수능 준비에 집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맏이가 날린 삼천만원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열 달이 지난 지금,  맏이는 S대 결과를 남겨둔 채 K대 합격으로 이미 약속을 지켰다. 


아들을 믿고 배팅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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