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동네 마트를 방문했던 주부 정모(56)씨는 사려고 적어 갔던 품목의 절반만 장바구니에 담아왔다. 정씨는 “원래 대파를 사려고 했는데 평소보다 가격이 배는 올랐더라”며 “요새 다 가격이 올라서 장보기 횟수를 줄이고 최대한 집에 남은 재료들로 ‘냉장고 파먹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이후 밥상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예측과 달리 농축산물을 비롯해 가공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지난해 장마와 태풍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최근 한파와 조류인플루엔자(AI), 국제 곡물가 인상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물가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대파(1㎏) 소매가격이 7232원으로 평년보다 배 이상 급등했다. 양파(1㎏)가 3456원으로 평년 대비 62.7% 올랐고 쌀(20㎏)과 계란(특란 30개)도 각각 30.1%, 44.1% 증가했다. 고춧가루(48.6%) 사과(63.8%) 배(39.8%) 등도 평년보다 가격이 크게 올랐다.
국제 곡물가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4.3% 오른 113.3포인트로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째 오르고 있다. 곡물가격지수는 124.2포인트로 전월 대비 7.2% 상승했다.
이 때문에 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오뚜기는 1일부터 편의점 컵밥 중 덮밥류 3종을 3500원에서 4500원으로 28.5% 올리고, 마요네즈는 2900원에서 900원(31.0%) 인상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해찬들’ 브랜드 고추장 5종의 가격을 평균 9%, 대상은 ‘청정원’ 브랜드 고추장 제품군을 평균 7% 올린다.
밀가루, 계란 등을 주로 이용하는 제빵업계와 패스트푸드 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파리바게뜨는 소보로빵, 땅콩크림빵 등 9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6%, 뚜레쥬르는 90여개 제품 가격을 평균 9%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30개 품목을 100~300원, 롯데리아는 25개 품목을 100~200원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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