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3면 TOP 기사입력 2018-11-30 17:24 최종수정 2018-11-30 18:51
1500조 가계빚 '비상등' 다중채무에 저소득·저신용 85조 취약차주 대출 직격탄.. 빚 늘어난 자영업자도 타격 속도내는 정부 대책 이달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 무분별한 금리 인상 차단.. 주택 '세일앤드리스백' 검토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1.50%에서 0.25%포인트 올리면서 대출금리 상승도 뒤따를 전망이다. 9·13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았던 각종 대출규제에 '가장 강력한 펀치'가 더해지는 셈이다. 당장 수요자들이 대출 받기도 힘들어질뿐더러 변동금리 대출 보유자들은 이자부담에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당국은 무분별한 금리인상을 차단하도록 12월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금리인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금융상품도 마련 중이다.
■가계대출 1500조 넘어서…변동금리가 70% '이자폭탄'
11월 3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될 경우 가계 이자부담은 2조3000억원 늘어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신용 규모는 지난 3·4분기 말 기준 1514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5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는 작년보다 둔화되고 있지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여전히 높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올 3·4분기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27.2%로 집계됐다. 변동금리 비중은 72.8%다.
특히 대출금리가 인상될 경우 취약차주들이 가장 부담을 크게 느낄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 중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5조1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를 차지한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혹은 저신용(7~10등급)인 차주를 말한다. 또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차주의 대출 규모는 12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갈수록 늘고 있는 자영업대출자들에게도 금리인상은 반갑지 않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 증가 규모'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의 부담금액은 5조9000억원, 1인당 360만원의 이자부담이 추가로 생긴다. 올 상반기 기준 자영업대출 규모는 약 591조원으로 6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계차주 속출하나 우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한계차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빚 갚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로, 전체 부채가구의 3.1%를 차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고위험가구 비중은 3.5%로 늘어난다. 수치로 환산하면 약 39만가구가 고위험가구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 비중은 4.2%로 증가한다.
고위험가구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고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DTA)가 100%를 넘는 가구를 뜻한다.
금리인상이 내년과 후년에도 이어진다면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 대책 시행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해 급격한 이자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금유예와 고정이자 상품, 금리체계 개선 등의 정책을 시행한 데 이어 내달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개편하는 등 구체적 정책이 시작된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은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편이다. 대출금리 산정체계는 12월 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부 불합리한 대출금리 인상이 진행돼온 만큼 이번 금리인상과 함께 부당한 금리인상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는 금리산정 내역을 대출자와 금융기관이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고, 모범규준 내용도 명확히 하는 방안이 담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늦어도 내달(12월) 초에는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금리산정 체계에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을 개선하는 게 큰 방향"이라며 "금리산정 근거를 대출차주도 공식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금리부담을 줄이는 상품 논의도 진행 중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월 상환액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금융상품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출시가 검토 중이다. 금리가 오를 경우 급격하게 월 상환액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원금과 이자액을 적절하게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하면서 월 상환부담을 일정하게 하는 방식이다. 공장 등 기업에만 적용되는 '세일앤드리스백(SLB)' 제도를 주택에도 처음 도입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SLB는 주담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경우 금융회사에 주택을 매각해 빚을 갚고, 그 집을 빌려 살다가 5년 후 팔았던 가격에 다시 살 수 있는 제도로, 현재 기업의 경영난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감안해 가계대출자들의 대출부담을 줄이는 취지에서 운용할 방침이다.
0/1000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