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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게시판

클림트 작품 (다나에) -- 해설 보충. 좋은 밤 되십시오. 저는 이만.코멘트15

 

Danae
1907-08
Oil on canvas
77 x 83 cm
Private collection, Graz

 

 

 

 

 

운명의 힘보다 강한 욕망의 굴레

 

 

 

그리스 신화의 한 토막.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아르골리스 지방을 아크리시오스가 통치하던 때의 이야기다. 풍부한 물자와 후한 인심, 천혜의 땅이다. 선량하고 부지런한 시민, 왕은 행복했다. 시민들은, 대지마저도 기꺼이 풍요로운 삶을 향유했다. 그리고 나라의 경사 하나. 미모의 여왕 에우리디케가 공주를 출산했다. 공주는 아름다운 어머니를 쏙 빼어 닮았다. 아니 그것을 능가했다. 바로 다나에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신탁은 장차 다나에가 낳을 아기가 왕을 시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비극은 늘 그랬지. 고귀한 신분을 저주하고 절망의 나락으로 침몰시켰지. 아크리시오스는 절망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매력적인 공주가 장차 나의 목을 따는 친손주의 어머니라니. 그러나 신탁은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니 인간의 힘으로 그것을 변화시킬 수 없는 일이다.

 

왕은 예언의 실현을 막기 위해선 차라리 다나에를 절해고도에 유폐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남자의 접근도 허락해선 안됐다. 왕은 다나에를 눈물로 감금했다. 무쇠를 통째로 녹여서 완벽한 철탑을 완공하고 그 속에 공주를 가두었다. 식수를 제공할 조그만 구멍을 철탑의 천장에 냈을 뿐이다. 육중한 철탑은 견고한 요새로 한 치의 틈도 없이 우뚝했다. 딸을 가둘 수밖에 없었던 왕의 가슴은 찢어졌다. 갇힌 이유를 나중에 유모로부터 들은 다나에 역시 자신의 운명과 부친을 원망하고 날마다 눈물을 흘렸다. 그 어떤 슬픔도 철통같은 무쇠탑을 녹일 수 없었다. 설령 눈물이 쇠를 부식시킬 수는 있어도, 철탑은 저 홀로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 제우스가 이 철탑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탑 주위를 맴돌던 그가 순간, 천장의 틈새로 아름다운 다나에를 발견했다.

 

이제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을 맞는다. 그러나 견고한 철탑은 요새 중의 요새. 틈을 발견할 수 없었다. 신의 아버지 제우스도 난공불락의 철옹성 앞에서 절망했다. 그는 요새를 공략하기 위해서 절치부심했으나 실패했다. 밤마다 전전반측했으리라. 그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었으니. 이때 눈물로 시간을 흘리던 다나에가 하늘의 제우스를 발견했다.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랑의 신은 순식간에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잠자던 다나에의 정열을 깨웠다. 이제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타오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녀는 처음 경험하는 야릇한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흐벅진 넓적다리가 제우스를 향해 절로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제어할 수도, 아니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제우스는 눈부신 광경에 넋을 잃었다. 그 역시 욕정을 참지 못하고 황금의 정령을 그녀의 다리를 향해 마음껏 벌컥벌컥 쏟아냈다. 다나에는 황홀경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녀는 제우스의 정랑을 갈증 난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받아들였다. 아니 빨아들였다. 절제할 수 없는 쾌락은, 그녀가 재앙을 잉태한다는 것조차 망각케 했다. 그랬다. 쾌락이 최고조에 도달할수록 비극은 가깝다. 그것은 죽음의 유혹 같은 것이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다나에와 그녀의 아이를 궤짝에 가두어 망망대해로 띄워 죽음으로 보냈다. 다나에는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운명을 한탄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다나에〉. 이 그림은 제우스와 다나에의 그 쾌락적 합일과 열락을 관능적으로 포착했다. 그는 거두절미하고 터질듯한 여인의 풍만한 육체를 극단적으로 클로즈 업하여 농염함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풍만한 허벅지를 경험하긴 어렵다. 상대적으로 가냘픈 종아리가 그것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다. 그리고 사타구니 사이를 비집으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제우스 정랑을 보라. 온통 황금빛이다.

 

관능은 이렇게 황금빛으로 출렁이며 빛난다. 그는 색으로 황홀한 심리마저 잡아낸 것이다. 여인은 강렬한 엑스타시에 몸을 싣고 꿈같은 몽환의 세계에 침몰했다. 한편 클림트는 다나에의 손을 통해서 퇴폐적 아름다움마저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손을 잘 보라. 무엇인가 긴 막대 같은 것을 살짝 감아 쥔 오른 손은 긴장되어 떨릴 듯 하다. 물론 그 대상은 그림 속에서 생략되었다. 그러나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벌어진 입, 쾌락에 지펴 감긴 눈은 제우스의 성기를 감아 쥐고 탐닉하는 중이다. 그리고 분명 그녀는 왼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애무한다. 그녀는 자위 중이다. 그녀는 이렇게 손으로 말한다.

 

- 중앙일보에서 -

 

  

 

우리나라도 금기되는 일이 많지만, 당시 클림트가 그린 다나에도

 

너무도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한차례 떠들썩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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