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아니면 죽음을”
2008년 리먼발 금융위기 때 미연준 버냉키가
전방위적인 QE를 결행하면서 외친 말이다.
윤전기는 푸른물이 마를 날 없이 밤낮으로 돌아갔고
산처럼 쌓인 달러는 시시각각 시장에 살포됐다.
결과적으로 리먼발 금융버블은 어떻든 수습됐고
이후 시장은 벤 버냉키를 ‘헬리콥터 벤’이라 불렀다.
당시 코스피는 궤멸 직전의 900 언저리였다.
코로나가 만든 또 다른 위기인 지금.
그때 그 헬리콥터가 지구촌 하늘을 뒤덮고 있다.
코로나로 다시금 소환된 전지구적 QE는
금융 역사상 최대규모로 처방되면서 바야흐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뉴노멀 금융공학의 첫 발을 디뎠다.
겪어 본 적 없는, 그래서 뉴노멀 유동성의 결말은
미증유 그 자체이며 누구도 그 끝을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코로나에 좌초하는 실물을 구할 최선의 것들 중
선택의 여지없는 최선의 차악이라는 것.
2008년 이후 2년여 남짓 살포된 유동성은
사실상 서브프라임 원죄국 미국의 결자해지 원맨쇼에
가까웠고, 버블로 망가진 미 금융공학을 리페어하는
공적자금으로 대부분을 탕진한 반쪽짜리였다.
하지만 작금의 코로나 유동성은 저 옛날
결자해지의 나홀로가 아닌 지구촌의 모든 윤전기가
동시다발로 찍는 ‘we are the world’의 유동성이며,
게다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실물경제에
직접 타겟팅된 그럴듯한 유동성이다.
더구나 한도조차 없는 신용 무제한의 꼬리표라니.
그야말로 초유의 미친 유동성 아닌가.
결론적으로, 작금의 순도 높은 미친 유동성은
의심할 여지없이 현 시장의 궤적을 레버리징 할
유일무이한 팩트이며 지배적 현상이다.
2008 금융위기가 띄운 헬리콥터 벤.
저 유동성의 결말이 어땠는지 기억해야 한다.
전세계 내 놓으라 하는 금융석학들과 호사가들이
글로벌마켓의 필연적 폭락과 붕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파괴적 결말을 앞다퉈 예고했으며, 더 나아가
달러 헤게모니 패권의 필연적 붕괴에 대해 떠들었다.
그러나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저금리 돌연변이로 리세션을 고민해야 했고
다우와 나스닥은 사상 최고점을 경신해 갔다.
실로 아이러니한 건, 이후 저 이해불가의 정신나간
결과를 이제 더이상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트레디셔널 금융공학은 죽었다.
시장에서의 쩐의 정의는
정직하지 못한 반복적 치매가 약발을 다해
필연적 붕괴에 이를때까지 밀봉되어 봉합된다.
따라서, 팜므파탈의 속죄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 것이며,
다만 속죄의 과정만 지속적으로 열려 있는 것.
해결하고 치유하기 보다 그냥 묻고 가는 것.
그것이 시장자본주의의 본질이다.
과거 몇 번의 위기에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온 금융공학은
한 번 당한 쥐약에는 절대로 두 번 죽지 않는
슈퍼 바이러스급 변이능력을 키워 왔다.
버블은 버블로 잡는 절묘호사 변이능력.
그러니 코로나 유동성이 최악의 버블이면 어떠랴.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이번 쥐약 역시 큰 문제는 없을 것이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그러므로
절름거리는 실물을 핑계삼아 비관을 말하지 말자.
코로나는 2008년 이후 최대의 큰 시장이며 기회이다.
그러니 저 순도높은 유동성이 꺼질때까지는
광란의 써핑을 즐겨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 유동성의 유통기한이 궁금할 것이다.
모두 알듯이 코로나를 장악할만한 당장의 수단은 없다.
적어도 1년 내는 아닐거라는 회의적 전망이 유력하다.
코로나 백신의 암울한 전망도 그렇거니와,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은 통상 몇 년 짜리이다.
디플레와 리세션의 사정권을 벗어나는 그날까지.
실물의 펀더멘탈이 근거를 엄중히 물어올 때까지.
따라서, 아무리 타이트하게 좁혀 잡는다한들
최소 유통기한 1년은 넉넉할 것이다.
허락된 시간만큼은 능히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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