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자금 조달 20200429

상장주관 증권사와 증자 관련 이견으로 등 돌린 상태
IB업계 "CB발행?유증에 따른 지분 나누기, 납득 어려워"
"에쿼티 자금 또 들어오면 대주주 바뀔 가능성 충분"
"향후 지분 변화 살펴야"

[파이낸셜뉴스] 코스닥 상장사 오가닉티코스메틱이 대규모 자금조달 과정에서 대주주 변경 가능성 등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오가닉티코스메틱은 주주권 강화를 강조하며 한국 증시에 입성했으나 일련의 블록딜 이후 한국 소통채널 및 주주들과의 대화에 소극적이다. 현재로선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차이정왕이 직접 나서 실마리를 풀어주는 것 외에는 지분 축소와 증자의 의도를 알기 어렵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오가닉티코스메틱은 24일 장 마감 후 운영자금조달 목적으로 247억400만원 규모의 해외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오가닉티코스메틱은 홍콩계 금융사 'H&P인터내셔널'과 중국 제약회사 'UF헬씨팜'을 상대로 123억5200만원씩 총 247억400만원(1497만2120주, 지분율 26.3%)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회사는 같은 날 운영자금 마련 목적의 123억5199만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별도로 공시했다. 홍콩계 금융사 'SANSAGE 캐피탈'을 상대로 748만6060주를 주당 1650원(42.4% 할증), 123억5200만원 규모로 신주를 발행한다. 회사는 이번 증자로 발생하는 주식에 모두 1년간 보호예수(전매제한)를 걸었다.

이런 가운데 차이정왕 대표는 지분율을 낮추고 있다. 차이정왕 대표의 지분은 올 1월 말 현재 1390만4635주다. 코스닥 상장 당시 2520만주(44.27%)였으나 연이은 블록딜로 지분율을 24.43%까지 떨어뜨렸다. 차이정왕 대표는 지난해 11월 중순 첫 블록딜을 시작으로 올 1월 말까지 두 차례 더 지분을 정리해 모두 160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적 필요'에 의해서라는 게 한국 IR대행사 측의 설명이다.

IB업계는 재무제표 상 현금성 자산이 풍부함에도 추가로 대규모 증자를 한다는 사실에의아해 한다. 오가닉티코스메틱이 이달 27일 주주총회에서 보고한 연결기준 지난해 실적을 보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6억2043만위안(약 1068억원, 29일 기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28% 줄어든 3억1799만위안(약 547억원), 매출은 23.22% 늘어난 17억7723만위안(약 3059억원)이다. 순이익은 22.17% 감소한 2억606만위안(약 355억원)이다.

차이정왕 대표는 지난해 상장주관 계약을 맺었던 A증권사에게 블록딜과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현금이 많은데 증자를 할 만한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A증권사 측은 "당장의 주관 수수료보다는 투자자 보호가 우선"이라며 "명분 없는 유상증자는 할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A증권사는 "당시 보호예수가 끝나자마자 지분을 매각(블록딜)한다고 해서 하지 않도록 설득했지만, 듣지 않았다. 지분을 대량매도한상황에서 증자까지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따졌다"며 "이후 오가닉티코스메틱과 관계가 끊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거래소가 중국계 상장사에 대한 국내 증시 허들을 높인 까닭에 중국 기업의 상장 주관 업무가 중단됐고, 이런 상태는 향후 수년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IB업계는 대주주 변경 가능성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물량을 받아가는 주체는 신탁사 혹은 SPC(특수목적법인)일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에쿼티 자금이 또다시 들어온다면 대주주가 바뀔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증자)의도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현금성 자산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3자배정 유상증자로 지분을 나눠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CB의 경우 만기 3년에 금리도 거의없어 이자를 받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여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후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기려는 의도거나 향후 인수를 위한 준비단계로 봐야 할 것"이라며 "메자닌이든 3자배정 유상증자든 에쿼티 유입으로 인한 지분 변화를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