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재테크] 개미 14만명에 눈물…신라젠 하한가 여진

지난 한 주간 재테크시장 관심은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 중단으로 주가가 급락한 신라젠으로 향했다. 신라젠은 임상 중단 발표 후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피해가 고스란히 14만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가면서 투자업계에서도 바이오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다. 동시에 하반기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둔 업체들에 대해서는 우려가 교차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주(5~9일) 가장 많이 검색된 종목 1·2위는 삼성전자와 신라젠이었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매주 검색어 1위를 기록하는 점을 고려하면, 신라젠이 지난주 새롭게 관심을 차지한 종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라젠은 지난 2일 펙사벡이 치료 효과를 확인하지 못해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중단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임상 중단 발표 후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코스닥 2위에서 19위(13일 기준)까지 추락했다. 사태 발생 전 3조원이었던 시가총액이 현재 1조원대 초반으로 1주일 만에 2조원 이상 증발했다.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이 85%가 넘는 만큼, 사라진 돈이 개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대주주와 임원들은 사태 발표 전 이 회사 주식을 대거 현금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문은상 신라젠 대표 및 특별관계자와 이 회사 임원들이 신라젠 상장 이후 팔아치운 이 회사 주식은 총 25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문 대표가 2017년 12월 156만2844주를 주당 8만4000원대에 매각해 132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어 문 대표의 친인척인 곽병학 씨가 2018년 1월 740억원어치를 매도했고, 또 다른 친인척인 조경래 씨도 주식 및 비상장 전환사채(CB) 매각으로 338억원을 현금화했다. 펙사벡이 임상 3상을 통과하면 지분가치가 더 오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지분을 팔아치운 것으로 보아 3상 통과가 어렵다는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종목 정보 공유가 활발한 네이버 주식 게시판에서는 신라젠 경영진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부터 자사주 매입을 늘려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가 급락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공유하는 의견이 가장 많이 올라오고 있다.

동시에 투자업계에서는 하반기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는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종목 리포트 검색 순위 1위가 '헬릭스미스-유전자 치료제 'VM202', 8부 능선을 향해 가고 있다'(부국증권 신효섭)는 제목의 리포트였다. 헬릭스미스는 오는 9월 말 VM202 임상 3-1상 관련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11월에 임상 3상 데이터 일부를 발표하는 메지온 관련 리포트도 10위로 순위권에 들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악화된 투심이 회복될지, 더 나락으로 떨어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다른 종목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상상인은 종목 검색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신라젠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봤다는 루머가 돌면서 상상인 주가가 지난 6일과 7일 각각 24.92%, 16.8% 급락했다. 이와 관련해 유준원 상상인 회장은 "6~7일 주가가 급락하면서 신라젠 투자로 인한 손실, 메자닌(Mezzanine) 투자로 인한 손실, 최대주주의 보유주식 반대매매설이 확산되고 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상상인저축은행은 신라젠에 투자를 한 적이 없어 손실이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키워드 검색 순위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단어가 상위를 차지했다. 1위 검색어는 '일본'이었고, 4위는 '반도체'였다. 5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환율'과 '환율조작국'이라는 키워드가 검색 2·3위에 각각 올랐다. 5위 검색어는 '중국'이었다. 국내 증시에는 중국 관련 종목이 많기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커질 때마다 관련 검색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