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양도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대주주 요건을 주식 보유액 ’10억원'(연말 기준)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안을 추진중인 가운데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해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연말까지 주식을 빠르게 팔아 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식 보유액이 많은 ‘왕개미’들은 과거에도 납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순매도(주식을 사는 금액보다 파는 금액이 많은 것)’ 행진을 벌였는데, 올해는 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는 만큼 시장에 ‘매도 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미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으로 12월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동반 순매도했다. 이 기간 평균 순매도액은 2조4523억원(코스피 2조338억원, 코스닥 4185억원)에 달한다. 코스피만 놓고보면 연속 순매도 기간은 12년으로 늘어난다.

개미들이 연말만 되면 주식을 팔아 치우기 바빴던 것은 ‘대주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연말 기준으로 어느 종목 주식을 10억원 이상이나 지분율 1%(코스닥은 2%)를 보유하고 있을 때, 해당 주주(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해당 주식 보유액까지 포함)는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돼 이듬해 거래부터 양도 차익의 일부를 세금(최대 33%)으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왕개미’들이 해가 바뀌기 전 갖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대주주 요건이 강화됐던 지난 2017년(25억→15억원)과 지난해(15억→10억원) 개미들은 예년보다 훨씬 많은 주식(각각 5조1314억원, 4조8230억원)을 순매도했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올해 또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출 계획이어서 연말 순매도 규모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특정 종목의 주식을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으로 보유한 주주는 8만861명이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 금액은 총 41조5833억원에 달한다. 전체 개인투자자 보유 주식 총액(417조8893억원)의 10% 가량 된다. 올 들어 ‘동학 개미’들의 주식 열풍이 불었던 점을 감안하면, 바뀐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주주는 지난해 말 대비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관련 엇갈리는 입장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관련 엇갈리는 입장

실제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1~100대 상장사 중 반기보고서에서 소액주주 현황을 공시한 23개 기업의 소액주주(지분율 1% 미만) 숫자는 지난해 말보다 평균 89.1%나 늘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12월에는 개인들의 순매도 규모가 10조원 정도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증시가 폭락하는 일까지는 없겠지만, 일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주가 조정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주주 선정 기준 및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체계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오는 2023년부터 5000만원이 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돼 있는데 상황에서 굳이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는 명분이 부족한데다 주요국과 비교해 대주주 선정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1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호주 등 주요 선진국 중 대주주 기준을 ‘3억원, 10억원’처럼 특정 종목 주식 보유액으로 설정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일본과 독일은 지분율(각각 3%, 1%)을 기준으로 대주주로 분류하며, 다른 나라들은 따로 대주주로 분류해 과세하기 보다는 각 투자자들의 양도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