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ㆍ가스관… ‘경협 돌파구’ 주목받는 러시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ㆍ러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교착에 빠진 남북 경제협력에 러시아가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북한 경제의 든든한 ‘뒷배’인 중국은 미ㆍ중 무역분쟁을 치르느라 보폭이 좁은 상황이다. 북한과 가까운 러시아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남북관계에서 러시아의 역할에 대해 “3자 계획(남ㆍ북ㆍ러 경제 협력)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한국ㆍ북한ㆍ러시아를 관통하는 철도를 만들거나 가스관을 연결하고 합작 기업을 세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측면에서 주목받는 남ㆍ북ㆍ러 경협 프로젝트는 크게 3가지다.

[북러 정상회담]철도ㆍ가스관… ‘경협 돌파구’ 주목받는 러시아

첫 번째로 거론하는 게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가 상징하는 철도 연결 사업이다. 북한 나진~러시아 하산 구간을 이으면 9288km 길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중앙아시아ㆍ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다. 지지부진한 남북 경협이 다시 활기를 띨 경우 1순위로 언급되는 사업이 남북 간 철길 복원이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면 부산~나진~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를 철로로 잇는다는 구상이다.

따데우쉬쇼즈다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의장은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회의에서 남북 철도 연결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에서 유럽까지 뱃길로 화물을 운송하면 40~45일 걸리지만, 철도를 이용하면 14~16일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경의선 연결 시에만 경제효과가 30년간 140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도 주요 이슈다. 철도 연결의 경우 북한 구간에 노후 선로가 많고 인구 왕래에 따른 개방 문제도 있어 가스관 건설이 더 현실성 있는 경협이란 얘기도 나온다.

천연가스 세계 최대 수출국인 데다 수출선 다변화를 모색하는 러시아, 육로가 막혀 선박을 통해 천연가스를 100% 수입해 온 한국, 에너지난을 해소할 수 있는 데다 ‘통행세’까지 거둘 수 있는 북한 3자 모두가 원하는 시나리오란 점에서다. 특히 한국 입장에선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고, 천연가스 수입 원가를 3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가스공사를 중심으로 적극 검토 중인 사안이다.

가스관 연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러시아를 방문해서 천연가스 협력에 합의한 뒤 추진 기반을 닦았다.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논의를 중단했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추진하는 상황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력 공급도 3자가 원하는 경협 이슈로 거론된다. 북한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건 인도적 차원에서 명분이 있는 데다 한 번 공급을 시작하면 끊기 어려워 정치 상황이 급변하더라도 북한이 함부로 폐쇄할 수 없는 ‘보험’ 성격도 있다. 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옛 소련 시절 기술 지원을 받아 건설한 발전소에서 북한 전력의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며 “노후화한 북한 전력 시설의 현대화, 남한과 기술 협력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에서 러시아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러시아 특사를 지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러시아는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데다 여전히 중국과 더불어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한ㆍ러 양국이 북방지역 경제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우리 경제는 물론 외교에서도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ㆍ가스관… ‘경협 돌파구’ 주목받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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