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리오프닝 정책 시행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지난 2017년 이후 최근까지 지속된 중국 정부 주도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중국 시장에서 잃어버린 기회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2위’ 중국 콘텐츠 시장 열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2조4659억달러(약 3074조97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영화상영 및 대규모 오프라인 공연 등 대면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2020년의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7% 감소했으나 2021년부터 점진적 회복이 시작되면서 2022년에는 전년대비 6.7% 성장한 2조6301억달러(약 3281조49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콘텐츠 시장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그 규모가 큰 시장이다. 2022년 기준 국가별 콘텐츠 시장 규모로는 9515억달러(약 1186조원)의 미국이 전체 1위이며 중국이 3939억달러(약 491조원)로 뒤를 따르고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어 한류 콘텐츠의 힘이 다시 막강해지면서, 13억의 콘텐츠 수요 시장이 있는 중국은 국내 콘텐츠 기업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K-POP·드라마 등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콘텐츠들을 앞세운 한국 콘텐츠 기업들은 빠르게 중국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했고,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 갔다. 그러나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 배치를 외교적으로 문제 삼은 중국은 자국 내 한류 콘텐츠의 유통을 제한하는 ‘한한령’을 2017년부터 실시했고, 이후 공식적 경로로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 유입되는 것은 전면 금지됐다.
약 500조원 규모에 가까운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 기회를 잃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가시적·비가시적 피해는 막대했다. 방송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한한령 이전 국내 방송프로그램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30%에 육박했으나 이후에는 5% 수준으로 급감했다. 드라마콘텐츠의 중국 수출 금액은 2016년 1100억원까지 성장했으나 한한령 이후인 2020년 250억원까지 감소했다.
리오프닝의 기대감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수혜가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확정된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 선언 이후다. 이로 인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중국 정부 주도로 실시된 대대적 폐쇄정책은 철회되면서 자국민들의 자유로운 해외여행, 수출입 제한의 해제가 하나씩 실시됐다.
국내 콘텐츠 산업의 중국 재진출 가능성은 사실 이보다 이른 시점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대형 OTT 플랫폼 ‘텅쉰스핀(騰迅視頻, 텐센트 비디오)’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변호텔>의 스트리밍이 시작됐다. 이후에는 드라마 <하이에나>의 리메이크 판권이 중국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이어서 지난해 12월에는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인 글로벌 채널 ‘아리랑TV’의 콘텐츠가 중국의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방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서서히 고조된 한한령 해제의 분위기는 한류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 11월 15일에서 12월14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중국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드라마 콘텐츠 관련 기업인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각각 20.98%, 30.8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류 드라마에 버금가는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K-웹툰 관련 업체인 키다리스튜디오와 디앤씨미디어의 주가도 각각 29.74%, 45.07% 올랐다.
K-POP, 다시 대륙으로?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K-POP 그룹의 대규모 오프라인 콘서트 및 현지 활동 재개의 기대감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장 전망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엔터산업 분석 리포트에서 “국내 4대 엔터 기업(SM, 하이브, YG, JYP)의 2023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5248억원으로, 2022년의 4845억원)보다 8.3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박하경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기에도 K-POP 아티스트 팬덤의 로열티는 전혀 식지 않았다”라면서 “중국의 자국 내 K-POP 공연 허가 등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활성화되면 K-POP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는 엔터 기업들의 수익성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이혜인 연구원은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중화권의 K-POP 관련 소비가 늘어 국내 엔터 기업들의 매출이 상승할 것”라면서 “중국과 관련해 엔터 4사(SM·YG·JYP·하이브) 모두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국내 엔터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활동 확대를 전제한 행보들을 준비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K-POP 육성 시스템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활동할 그룹을 선발하는 ‘프로젝트 씨(Project C)’ 계획을 올해 내로 추진할 계획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자사를 대표하는 K-POP 그룹 ‘블랙핑크’를 이을 새로운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론칭 소식을 알렸다. 하이브 역시 자사를 대표하는 그룹 BTS 멤버들의 군 복무 공백기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보이그룹의 론칭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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