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 삼천리그룹 외식업체 운영 뒷말 나오는 까닭
손해 나도 투자 계속…딸들 먹거리 챙기나
[제1288호] 2017.01.17 15:42
[일요신문]
서울 서초구 동광로에는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이 소유한 복층식 빌라가 있다. 이 빌라에서 함지박사거리 방면으로 약 200m를 걸어가면 계열사 삼천리이엔지 소유의 5층짜리 건물이 나온다. 건물 1층에선 얼마 전까지 고급 아메리칸 다이닝을 표방한 게스트로펍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가 종종 드나들던 게스트로펍은 좋은 입지 조건 덕분에 서래마을의 명소로도 불렸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차이797본점. 이곳 1층에 게스트로펍이 있었지만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다. 강현석 기자
그러나 게스트로펍은 지난해 11월 돌연 폐점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젊은 층을 주 타깃으로 삼았는데 생각만큼 영업이 잘 되지 않았다”며 “게스트로펍 자리에는 또 다른 음식점이 입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스트로펍은 2012년 8월 오픈 이래 매년 적자를 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게스트로펍을 운영해 온 업체는 삼천리의 옛 계열사 SL&C다. 2008년 삼천리는 “외식사업을 하겠다”며 자본금 3억 원을 들여 SL&C를 설립했다. SL&C는 2010년 68억 2000만 원을 주고 지금의 건물 터를 매입했고, 2012년에는 음식점이 들어설 빌딩을 세웠다. 그러나 SL&C는 이미 2년 연속 억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때 ‘흑기사’로 나선 곳이 삼천리 또 다른 계열사인 삼천리이엔지다.
그룹 내에서 가스배관시설 공사와 가스충전소 사업을 맡고 있는 삼천리이엔지는 150억 원을 들여 SL&C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2012년 11월 삼천리이엔지로 흡수합병된 SL&C는 게스트로펍과 고급 중식당인 차이797(Chai797)의 운영권을 넘겼다.
삼천리이엔지의 외식사업 투자와 관련해 일각에선 이만득 회장의 세 딸이 영향을 주거나 직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삼천리가 전혀 다른 사업영역인 외식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힘든 까닭에서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2012년 무렵 차이797 서래마을지점과 청계천지점의 운영에 장녀와 차녀가 각각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었다”고 전했다.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삼천리가 전혀 다른 사업영역인 외식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삼천리 홈페이지
또 이만득 회장의 막내딸인 이은선 삼천리 전략본부 이사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10년 삼천리에 합류한 뒤 외식사업 등 그룹의 신사업 파트를 맡았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오너 2~3세가 해외 유학생활 당시 접한 외식문화를 국내에 도입해 사업을 벌인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천리는 이은선 이사의 경영 관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식 직함이 없는 다른 자녀의 개입은 부인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이른바 재계 호사가들이 ‘회장이 외식사업을 해서 딸들에게 물려주는 거 아니냐’는 주장을 하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모든 음식 조리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고, 결혼한 장녀와 차녀는 오래 전부터 그룹 경영과 무관했으며 차이797은 점차 매장 수가 늘고 있는 데다 매출도 좋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차이797은 현대백화점, AK플라자 등에 입점하는 등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한 모습을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천리이엔지의 외식사업 부문 매출은 2011년 30억여 원에서 2015년 100억 여 원으로 3배가량 뛰었다.
그러나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2014년 15억여 원의 영업손실을 낸 외식사업부는 2015년에도 9억여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삼천리이엔지는 2014년 중국 현지 외식업체로 알려진 ‘POK CHENG GROUP LIMITED’ 지분 45%를 3억 6000여만 원에 매입했는데 이 회사 역시 2014년과 2015년 각각 1억여 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외식사업에 투자하는 족족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삼천리는 에너지 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에너지 관련 사업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삼천리는 지난해부터 외제차 수입업에도 뛰어들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애너하임에 ‘SL&C ANAHEIM’란 법인을 설립하고, 3성급 호텔을 인수해 숙박업을 하고 있다. SL&C ANAHEIM의 자산 규모는 400억 원에 달한다. 2015년 기준 삼천리 전 계열사 매출이 약 2조 900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지 않지만 특정 개인이 호텔에 딸린 자산을 좌우할 수 있다면 결코 작지 않은 액수다.
재계 안팎에선 삼천리의 이 같은 사업 다각화를 그룹 후계구도와 연관 짓는 분석이 나온다. 이만득 회장은 지난해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뒤 경영권 승계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로서 삼천리의 차기 오너는 이만득 회장의 조카인 이은백 삼천리 미주본부장(부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 본부장은 고 이장균 창업주의 장남인 고 이천득 부사장의 장남으로 삼천리의 적장자다. 형인 이천득 부사장이 1987년 36세의 나이에 세상을 뜨면서 이만득 회장 역시 30대의 이른 나이에 회장에 올랐다. 그런데 이만득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 놓으면 자신의 혈육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은선 이사의 역할이 애매해질 수 있으므로 여러 신사업을 맡겨 그룹 내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천리 관계자는 “(신사업과 관련해)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삼천리 오너3세 이은선, 손댄 사업마다 ‘낙제점’...
한식브랜드 론칭도 불안이만득 명예회장 막내딸 이은선 이사, 외식사업 부문 진두지휘
외식부문 수년째 적자 행진… 경영능력 의문부호
‘게스트로펍’ 실패 후 신규브랜드 론칭 준비중, 귀추 주목
정소현 기자
승인 2017.01.31
▲ 방배동 서래마을에 오픈한 아메리칸 다이닝 레스토랑 ‘게스트로 펍(건물 1층)’이 최근 폐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위크> 취재 결과, 삼천리는 이곳에 새로운 한식전문점 브랜드를 오픈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에너지기업 ‘삼천리그룹’ 오너 3세가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주인공은 이만득 삼천리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이은선 이사다. 전략본부에서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은선 이사는 삼천리그룹의 외식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등 영 체면을 구기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엔 아메리칸 다이닝 레스토랑 ‘게스트로 펍’을 폐점하고, 또 다시 새 브랜드(한우전문점)를 론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불거지고 있다.
◇ 오너3세의 외식사업 도전… 신통치 않은 성적표
삼천리그룹이 외식사업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그 해 외식업을 주사업 목적으로 에스엘앤씨(SL&C)를 설립한 뒤 퓨전 중식당 브랜드 ‘차이797(Chai797)’에 이어 아메리칸 다이닝 레스토랑 ‘게스트로 펍’(2012년 8월 서래마을점 오픈)을 론칭하며 외식사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사정은 기대만큼 녹록지 않았다. 적자가 지속된 것인데, 에스엘앤씨(SL&C)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0년 1억6000여만원 영업손실에 이어 2011년 4억6000여만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결국 에스엘앤씨(SL&C)는 2012년 삼천리그룹의 계열사인 삼천리이앤지(삼천리ENG)에 흡수합병됐다. 현재 에스엘앤씨(SL&C)는 삼천리이앤지 외식사업부(SL&C)로 흡수돼 외식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천리이앤지로 편입된 이후에도 외식사업부문 실적은 영 신통치 못하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천리이앤지 외식사업부문 매출은 에스엘앤씨를 흡수합병한 2012년 11억6000여만원에서 △2013년 76억원 △2014년 99억원 △2015년 106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그러나 2014년 15억 영업손실에 이어 2015년 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천리는 또 지난 2014년 중국 현지 외식업체인 ‘POK CHENG GROUP LIMITED’ 지분 45%를 인수했는데, 이마저도 효자노릇을 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억8000여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2014년에도 1억3000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 에너지기업 삼천리의 오너 3세가 신사업으로 외식부문을 확장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급기야 삼천리는 최근 서래마을에서 운영중이던 ‘게스트로 펍’을 전면 폐점했다. 방배동 서래마을에 자리잡은 게스트로펍은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추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지만, 이어지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삼천리 외식사업은 ‘차이797(Chai797)’ 브랜드만 남게 됐다. ‘차이797’은 서래마을 본점을 비롯해 10여개의 매장을 운영중이다. 지난해 ‘차이797 플러스(Chai797 PLUS)’라는 브랜드로 AK백화점 및 현대백화점 등에 출점하기도 했다.
◇ 한우전문점 브랜드 론칭 준비중… 과연 이번엔?
삼천리그룹의 외식사업은 이만득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이은선 이사가 총괄하고 있다.
이은선 이사는 미국 버클리(Berkeley)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0년 6월 삼천리 전략본부에 합류했다. 이후 ‘차이797’ 매장확대와 ‘게스트로펍’ 론칭을 진두지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주요서류에 이름을 처음 올린 것은 지난 2014년 초다. 삼천리는 2014년 3월 분기보고서를 통해 이은선 씨를 신규이사(미등기임원·상근)으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이은선 이사는 30대 나이에 이사 타이틀을 달며 ‘금수저의 초고속 승진’이라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바 있다. 이런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것은 스스로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최근 삼천리의 외식사업부문 실적은 이은선 이사의 체면을 구기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아버지인 이만득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 오너3세에 대한 후계승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은선 이사의 경영능력 검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물론 1982년생으로 올해 36세(한국나이)인 이은선 이사는 삼천리 지분이 전무한데다, 아직은 젊은 나이여서 경영승계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만득 명예회장의 세 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향후 신사업부문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외식사업 부문 실적은 이은선 이사의 향후 입지와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 이만득(사진) 삼천리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이은선 이사가 그룹 내 신사업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업부문 실적이 신통치 않아 그의 경영능력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삼천리그룹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게스트로펍’을 폐점한 것은 위치(서래마을)도 그렇고, 젊은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외식부문은 매장 확대(출점) 등 외형확대로 인해 초기 투자비 등이 투입되면서 지난해까지 손실(적자)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 지난해까지 손익분기 폭이 대폭 좁아진 상태로, 올해(2017년) 분명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손실 등) 단순 수치만으로 이은선 이사의 경영능력을 평가하긴 무리가 있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가고 있다. 후계구도, 경영능력 등을 언급하기엔 적절치 않지만, 앞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인만큼 지켜봐달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사위크> 취재 결과, 삼천리는 퓨전 중식당 ‘차이797(Chai797)’에 이어 한식브랜드를 새로 론칭할 예정으로 확인됐다. ‘한우전문점’을 주력으로 하는 한식당으로, 최근 채용정보 사이트를 통해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빠르면 3월 이내에 브랜드명을 정하고 정식 론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칸 다이닝 레스토랑 ‘게스트로펍’이 폐점된 자리에 신규 브랜드 매장을 오픈한다. ‘게스트로 펍’을 사실상 실패하고 다시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인 만큼 신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과연 ‘삼천리 오너 3세’ 이은선 이사가 이번만큼은 경영능력을 제대로 과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정소현 기자 coda0314@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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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참조)
[기업분석] 삼탄① 유상감자로 유상덕 회장 일가 지분 66.98% → 90.01% ‘껑충’… 배당금도 주당 5000원 → 7500원 ‘팍팍’
▲자료=금융감독원, 삼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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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삼탄-③ 순이익은 계속 줄어드는데 배당 몫은 오히려 늘려…유상덕 회장 오너 일가의 ‘셈법’
[기업분석] 삼탄④ 기업가치가 지난해말 기준 1조4042억~1조7640억원으로 추정
▲자료=금융감독원, 삼탄
[종목이슈] 삼천리, 경영권 분쟁 제기...급등
기사입력 : 2012년02월16일 14:43
최종수정 : 2012년02월16일 14:43
[뉴스핌=노희준 기자] 삼천리가 경영권 분쟁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세다. 소액주주와 외국계투자사가 내달 열리는 주총에서 한준호 대표이사 해임 등을 추진하는 주주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 삼탄지분 헐값 매각, 낮은 주가 수준
주주들이 가장 문제삼는 것은 지난 2009년 12월 1일의 삼탄 지분 헐값매각이다.
삼천리는 당시 보유하고 있던 삼탄 보통주 29만 6429주(10.2%)를 삼탄측의 유상감자를 통해 1408억원에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유상감자는 감자를 할 때 주주들에게 보유한 주식 가액의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보상하는 방식을 말한다. 당시 증권가는 헐값 매각이라며 목표가를 10% 이상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실제 당시 김승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장부가 818억원의 삼탄 지분 소각 결정에 의해 590억원 정도의 투자유가증권처분이익이 생길 것"이라면서도 "올해(2009년) 삼탄의 순이익이 28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2009년 기준 P/E 5~6배 수준에서 지분이 처분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힌 바 있다.
낮은 주가 수준도 주주들은 문제 삼고 있다. 삼천리의 주가는 지난 2007년에 24만 8000원를 고점으로 현재는 10만 초반대로 50% 넘게 하락한 상황이다.
아울러 주주들은 계열사 SL&C에 150억원을 증자한 점도 지적했다. 이는 이만득 삼천리 회장의 장녀와 차녀가 운영하는 SL&C의 대표음식점 Chai797에 자금을 대기위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탄' 처분 삼천리, 시장은 혹평… 왜?
"알짜기업 매각 순이익 타격" 목표가 하향조정, 매각가 적정성도 지적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입력 : 2009.11.26 08:03|조회 : 6106
삼성증권은 23일 삼천리 (112,000원 상승500 -0.4%)의 목표주가를 15만5000원으로 낮췄다. 17일 삼천리의 목표가를 16만2000원에서 17만9000원으로 높인지 1주일도 채 안 돼 목표가를 하향조정했다. 무엇이 담당 애널리스트로 하여금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번복하게 했을까.
실마리는 삼천리가 20일 장 마감 뒤 내놓은 공시에서 찾을 수 있다. 삼천리는 소유중인 자회사 삼탄 보통주 29만6429주(10.2%)를 주당 47만5000원에 유상감자, 1408억원을 회수했다.
이날 공시를 통해 삼천리는 1000억원이 넘는 집단에너지(CES)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감자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삼천리는 10월말 CES업체인 안산도시개발을 527억원에 인수했으며, 광명역세권 CES사업, 평택국제화도시CES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CES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삼탄 매각을 놓고 '모처럼 되살아나는 주가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혹평했다. 실제로 20일 공시 이후 실망 매물이 나와 이틀동안 4.7% 하락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삼천리가 삼탄을 처분하기에는 `존재감`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삼천리가 올 3/4분기 삼탄에서 올린 지분법 이익은 누적 세전 이익의 25.5%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알짜 석탄광구(키데코)를 갖고 있는 삼탄은 석탄가 상승에 힘입어 올해 2800억원의 사상최대 순이익이 예상되는 등 해마다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삼탄 지분가치가 삼천리의 본업인 도시가스 사업가치와 맞먹는다고까지 후한 점수를 준다.
삼성증권이 목표가를 갑작스레 낮춘 것도 삼탄지분 처분으로 삼천리의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24.5% 줄어들 것으로 추정해서다.
여기다 삼탄 매각 결정에 대한 적절성 시비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선 차입 대신 굳이 알짜 자회사를 매각했어야 하느냐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천리는 신용등급이 좋고 도시가스란 안정적 사업을 하는 덕에 저리에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며 삼탄 매각을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삼천리 측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부채비율이 높아져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주당 매각가의 적정성 여부도 시장의 관심사다. 시장 일각에서는 주당 매각가격이 본질가치보다 훨씬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삼천리 관계자는 "국내 유명 회계법인이 1주당 공정가치를 41만~51만원으로 평가했고 삼탄에서 제시한 1주당 47만5000원도 이 범위에 들어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는 삼천리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삼탄의 지분가치를 3033억원으로 추정한다. 2/4분기 기준 자기자본 가치 835억원에다 2023년(계약기간)까지 생산 가능한 탄광 개발에 따른 이익의 현재가치 2197억원을 합한 수치이다. 물론 증권가의 개괄적 분석과 회계법인의 평가 잣대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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