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 협상이 무산된 후, 5월 15일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미국 국가 안보 및 미국민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해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금지하라는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생산 업체인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기업 명단에 공식적으로 추가하며, 해당 명단이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미국에 상품 판매는 물론 미국 기업들로부터 부품, 소재, 소프트웨어 등을 구매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거래가 금지된 셈이다.

美, 화웨이 제재 명단 공식 추가 …"즉시 발효" 아시아경제  2019.5.18

이에 따라 구글은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 오픈된 소스를 제외한 자사의 기술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구글의 이런 서비스 중단은 중국 내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특히 유럽시장을 포함한 수출용 스마트폰의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화웨이 스마트폰서 구글 못쓴다···유럽 수출 치명타 중앙일보언론사 2019.5.20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인텔,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자사 임직원에게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화웨이에 주요 소프트웨어와 부품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주요 IT기업들, 中화웨이에 부품·서비스 공급 중단(종합) 연합뉴스  2019.5.21

한편, 화웨이는 이런 미국의 거래 중단을 예상하고 6개월 전에 이를 대비해 이미 6개월 내지 1년치의 부품을 비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 美 거래제한 조치 대비 1년치 부품 비축” 서울경제 2019.5.18

또한,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겸 회장은 미국 반도체 등의 주요 부품을 직접 개발할 방침이며, 수입금지 조치로 퀄컴 칩 같이 그 동안 미국에서 납품 받았던 스마트폰용 주요 부품을 구입할 수 없지만 상관없다며, 이전부터 준비해왔다고 했다.

화웨이 회장 "美반도체 수출금지 상관없어" 아이뉴스24  14시간 전

구글이 트럼프 정부의 조치에 따라 화웨이에 안드로이드 관련 솔루션 공급을 중단키로 한 가운데 화웨이의 자체 운영체제(OS)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 주목된다. 중국 언론 지웨이왕에 따르면 '훙멍(Hongmeng)'이란 내부명으로 불리는 화웨이의 자체 OS가 이미 화웨이의 휴대전화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자체 스마트폰 OS 훙멍 정보 공개돼 ZDNet Korea  2019.5.20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패권을 넘겨 받은 이후, 미국 인구보다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와 경제와 무역 분쟁을 벌인 적이 없었다. 늘 미국의 인구가 많았고 미국의 소비 잠재력은 늘 무역 분쟁에서 우위 요소였다. 미국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는 미국 시장을 잃는 것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늘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늘 자신보다 인구가 작은 나라와의 무역 분쟁에만 익숙한 미국이 자국 인구의 4배가 넘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이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미국 기업은 중국 시장을 잃으면 내수 시장의 4배 시장을 잃는 반면,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잃으면 내수 시장의 1/4이 위축될 뿐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기업에게는 중국 시장을 상실할 경우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지만 중국 기업은 미국 시장을 잃어도 매출의 20% 남짓한 감소를 경험할 뿐이다.

따라서 겉보기로 나타난 수출금액의 차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영향력을 가진다. 구글,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부품 공급 중단을 발표했으나 그 즉시 그들은 중국 시장을 잃게 되며, 그들의 매출과 이익은 급감하게 되며 향후 성장의 발판이 사라지게 된다.

이점을 반증하듯 20일 뉴욕 시장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을 포함하여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세계 반도체 기업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이미 이 기업들은 6개월 전부터 화웨이가 비축용 부품을 추가 구입하면서 실적이 좋게 나타났으나, 비축 재고 때문에 실적이 감소하며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었다. SNS 초고속 통신망 시대에 14억 중국인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면서 중국 시장 전체에 접근할 길을 잃고 있는지 모른다.

과거 인구 대국은 정보가 전파하는 데 시간이 걸려 행동이 통일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느려 타국에 대한 강력한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4G 통신과 함께 SNS로 무장한 요즘에는 중국처럼 14억 인구의 거대 국가가 마치 하나처럼 통일되어 즉시 움직일 수 있는 시대이다.  인구가 곧 국력이다. 

중국인들은 당장 애플사의 아이폰 불매 조짐으로 비화하고 있는 듯 하다. 과거 사드 사태로 중국인의 혐한 정서와 함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의 중국 점유율이 0%로 추락한 점을 생각하면 이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中,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아이폰 불매 조짐  서울경제  2019.5.20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내 진출한 중국 기업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자국 내 외국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사이버보단 단속을 하기 시작한 듯 하다. 미국 기업의 중국내 비즈니스를 압박하기 시작한 조치이다.

‘사이버 보안’ 내세워… 中, 美기업 겨냥 대대적 단속 ‘역공’ 문화일보  2019.5.18

한편, 20일 시진핑 주석은 미중 무역협상의 총책인 류허 부총리를 대동하고 희토류 및 희토금속을 연구개발 판매하는 기업을 방문 시찰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희토류가 중국 손에 있다는 경고성 행보로 읽혀진다.

美 'IT연합군' 압박에···中 희토류카드 꺼내나 서울경제  2019.5.20

트럼프의 저돌적인 중국 압박은, 과거 미국 인구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여 이익을 얻었던 관행과 사고에서 비롯된 잘못된 접근으로 생각된다. 

화웨이 사태는 우선 당장 9년간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해 온 반도체 지수를 비롯한 미국 기술주의 장기 추세 전환의 모멘텀이 될 듯 하다.

2019.5.7 반도체 주가의 천정권 재진입 |업종분석

첫째로, 화웨이가 부품 공급 중단을 고려하여 이미 비축 물량을 사들였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부품사는 실적 호조로 주가가 오버슈팅 상승이 나타났다. (지난해 반도체 주가가 천정에서 하락한 후 올해 재급등했는데 그 이유가 아마도 화웨이의 부품 비축의 특수에 있었던 듯 하다.) 그러나 거래가 중단되고 화웨이가 재고 부품을 사용하게 되면 미국 부품 공급 기업은, 화웨이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적어도 2~4분기간의 기간 동안 생산과 판매가 위축된다.

둘째, 화웨이의 부품 공급 중단은 일차적으로 중국인의 애플 아이폰 불매 운동 및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번질 수 있다. 애플과 뉴욕 종합주가지수를 제외한 나스닥 지수와 미국 대형주 주가지수($SPX)의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이 기업의 실적이 추락할 때 미국 대형주가지수와 나스닥 주가지수가 하락하며, 미국민의 자산과 노후자금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는 대미국 인덱스가 하락하게 된다.

셋째, 중국이 대체 부품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하면서 멀지 않은 시기에 미국 기업이 영구히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소비력을 갖춘 14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이나 존속은 쉽지 않다. 또한, 중국 시장의 접근이 어려워진다면 막대한 예상을 세워 증설했던 데이터센터는 이미 과잉 설비가 될 수 있다. 

넷째,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5G 기지국 등 통신장비를 전 세계에 판매하는 화웨이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 조달이 사실상 막히면서 세계 각국의 5G 서비스 개시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美 화웨이 봉쇄 후폭풍... 전 세계 5G 구축 늦어지나 아주경제  2019.5.20

2018년을 정점으로 경기가 수축되고 있는 반도체 및 첨단기술 업계는, 업황 회복 모멘텀으로 5G 통신 시대 개막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5G의 인프라 구축이 지연된다면 IT 업황 불황이 향후 장기간 이어짐을 의미한다.

더구나 부품 공급을 중단된 화웨이의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판매의 위축과 아이폰 불매 운동에 따른 중국내 아이폰 판매 감소는 첨단기술제품을 떠받치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수축시켜 전체 IT 업황의 불황을 촉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판매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글로벌 스마트폰과 통신장지 시장 축소로 메모리를 포함하는 다른 비즈니스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첨단기술산업은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면서 혁신을 촉진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런 부품 공급 중단은 한 기업의 압박을 넘어 IT 혁신 생태계를 위협한다.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고, 가격이 오르게 되면 그만큼 혁신이 지연되면서 성장을 저해한다.

3억 4000만 소비자를 가진 미국이, 14억 소비자를 가진 중국을 상대로 자신보다 인구가 작은 나라에 대해오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눈에 보이는 강점만 보고 앞뒤 재지 않고 돌진하는 트럼프의 화웨이 공세는 미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미국 첨단산업의 중국 시장 상실과 IT 생태계 붕괴를 초래하여 미국 경제와 미국 주식 시장에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부터 미국 반도체를 비롯한 IT 산업은 대세 천정권에서 등락해 왔으며 이제 그 흐름이 꺾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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