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품목별 관세 확대 예고
반도체는 부과 가능성 낮다지만
현실화땐 가격경쟁력 떨어질 듯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품목별 관세'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대표 수출산업인 반도체와 가전 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품목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고 글로벌 경쟁력 또한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1기 때 세탁기 분야에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돼 타격을 입었던 국내 가전업계도 일부 제품에 대한 '핀셋' 규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반도체, 가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출전략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단 반도체 업계에선 산업 전반에 대해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무관세로 움직이는 제품인데, 미국만 과감하게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품목별 관세가 현실화돼도 반도체는 부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세트제품보다) 국내에서 직접적으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많진 않아 큰 우려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몇 년 전부터 미국에 투자하며 현지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반도체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기술(IT) 세트제품 판매 부진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저가물량 공세로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까지 현실화하면 수익성과 경쟁력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대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물량이 많진 않지만 국내 메모리사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같은 미국 메모리사가 가격경쟁력을 갖춰 이익을 얻을 순 있다"고 평가했다.
가전업계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는 월풀 등 미국 현지 업체의 민원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바 있다. 이후 국내 주요 업체는 일부 가전제품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세탁기 공장을, LG전자는 테네시주에서 세탁기·건조기 공장을 운영 중이다. 향후 이 같은 가전제품에 대한 핀셋 관세부과가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기업들은 현지에서 생산하는 품목을 냉장고 등 다양하게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등 통상 압박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결국 자국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 외신 등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삼성전자의 세탁기 공장을 예로 들며, 지역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되레 트럼프 1기 때의 관세로 인해 세탁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의 부담만 더 늘어났다고 봤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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