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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영업자 손실 보상 법제화, 주먹구구식이어선 안된다

매일경제 2021.01.22 00:03 댓글0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영업손실 보상 법제화를 기획재정부에 공개 지시했다. 당초 기재부는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이었다가 정 총리의 질타를 받고는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국가재정이 거덜 날 수 있는 중대 사안을 놓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다그친 정 총리도 문제이고 그런다고 해서 조변석개한 기재부도 무책임하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코로나19 사태를 자연재해로 간주하고 보상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으니 이제 법제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 57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마다 형편이 제각각이다. 지역·업종·입지·서비스 품질이 천태만상이다. 특정 자영업자의 작년 영업손실 중 몇 %를 코로나19 탓으로 돌리고 얼마의 금액으로 보상할지 판단하는 건 고도의 전문적 작업 영역이다. 업종·입지 선택이 잘못됐거나 서비스에 흠이 있어 발생한 손실과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산정 방식에 따라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수도 있다. 이런 디테일을 해결할 방안 없이 무턱대고 법제화부터 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보상 금액 자체가 적다거나 보상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또 다른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손실에 비해 많은 보상을 받는 반면 상당수 자영업자는 턱없이 적은 보상에 분노할 수도 있다. 정부가 행정편의주의에 빠져 업종·지역에 따라 일률적으로 보상금을 책정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차제에 한국도 자영업을 포함한 노동시장 현황에 대한 조사와 통계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매달 6만가구를 대상으로 현재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를 실시해 고용·실업·불평등에 대한 통계를 생산한다. 미국 전문가들은 매달 이 통계 원자료를 받아 코로나19로 어떤 계층과 업종에서 얼마나 타격이 발생했는지를 분석한다. 한국도 손실 보상 법제화와 함께 경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현실적인 보상 기준이 없는데도 표심을 공략할 요량으로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을 서둘러 밀어붙이기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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