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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네 케네디 "메타버스에서 모티브 딴 연극 '울트라월드'는 결국 인생의 반영"

파이낸셜뉴스 2021.11.27 07:42 댓글0

연극 '울트라월드'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파이낸셜뉴스] "'메타버스'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든 이 공연은 사실 팬데믹 전에 만들었는데 팬데믹이 확산되는 순간 올리게 됐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팬데믹 속에서 한국 공연을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공연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 하지만 그 자유 의지는 무한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가 자유로울 수 있다 믿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사회라는 돔 속에, 또는 일상에서는 의식하기 쉽지 않은 지구라는 행성 속에, 그리고 그 너머 우주라는 공간 안에 제한되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하며 무의식적으로 이 한계를 부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쳐주는 작품이 지금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라있다. 독일 극단 '폴크스뷔네'의 작품 '울트라월드'가 지난 25일 개막해 27일까지 단 3회의 공연을 올리고 폐막한다.

최근 2년 동안 전 지구에 퍼진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근래 해외 극단이 방한해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일은 매우 특별한 일이 됐다. 국립극장에서도 5년 만에 선보이는 해외 초청작이다. 2020년 1월 독일 베를린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현재 독일어권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연출가 주자네 케네디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마르쿠스 젤크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으로 미디어아트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매우 독특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마치 1990년대 만들어진 거친 픽셀의 2D 게임 화면을 연상시키는 무대 속에 주인공 '프랭크' 앞에 난데없이 테스트가 찾아온다. 프랭크는 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해보려 하지만 이내 실패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끝. 다시 저녁에서 아침이 되고 프랭크는 모든 것이 리셋된 상황 속 똑같은 퀘스트에 직면한다. 프랭크는 게임 혹은 가상현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다. 그를 만든 개발자가 어딘가에서 전지전능하게 그의 '삽질'을 하나 하나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 신과 같은 게임 개발자는 프랭크에게 묻는다. "운명을 믿느냐"고. 그의 답은 단호하다. "운명은 안 믿죠. 내 삶은 내가 통제하는 게 좋으니까요." 괴랄한 대답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이유 또한 돌아보게 된다. 어떤 것을 해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아바타가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게임의 룰 속에서 인생의 유한함을 생각하게 된다.

연극 '울트라월드'의 연출자 주자네 케네디 /사진=Franziska Sinn
케네디 연출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P. 카스의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이라는 책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며 "반복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그 가운데 깨달음을 얻어 승리 혹은 패배라는 정해진 결말이 아닌 게임 자체를 지속시키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 가기까지 과정을 차용했는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의 '오징어 게임'도 비슷한 모티브들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트렌디한 '메타버스' 세계를 극에 구현할 생각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형이상학적 관점에 관심이 많았다"며 "가상 현실에 대한 개념이 마치 최근에 등장한 것 같지만 사실 플라톤이 동굴의 그림자 우화를 들며 '이데아의 세계'를 말할 때 부터 존재했다. 연극 역시 환상이기에 시뮬레이션과 맞닿아있고 메타버스적 개념을 차용하기 수월했다. 결국 메타버스를 활용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극을 통해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해 가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삶은 무엇이며 삶을 이루는 법칙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결국 주인공 프랭크는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은 유럽 중세 연극인 '만인'에서도 영감을 받았는데 프랭크의 삶을 보며 우리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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