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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기자수첩] 헌법소원 꺼낸 중기의 절박함

파이낸셜뉴스 2024.04.02 18:10 댓글0

장유하 중기벤처부 기자
장유하 중기벤처부 기자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결론으로 이해해달라."

마지막 임시국회를 며칠 앞둔 지난 2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닌 헌법소원이라는 초강수를 둬서라도 '유예가 필요하다'는 중소기업인의 절박한 심경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졌던 2월 임시국회에서 중처법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그간 중소기업계는 법 유예를 외치며 여야 원내대표 면담, 10여차례 성명서 발표, 서명운동 등과 함께 중소기업인 수천명이 모여 수차례 결의대회도 했지만 정쟁에 막혀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결국 중소기업계는 헌법소원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법을 피하고자 꺼내든 허무맹랑한 카드는 아니다. 시행 초기부터 법 조항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처벌 위주의 대책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중소기업계에서도 법에 명시된 '1년 이상의 징역' '사업주의 안전 확보 의무' 등이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이 헌법재판소를 향한 더 근본적인 배경에는 현 상황에 대한 절박함이 깔려 있다. 코로나19와 복합위기로 대다수 기업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에서 큰 책임을 지우는 법까지 확대 적용되면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이들의 마지막 호소다. 법 시행 이후 중소기업인 사이에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결코 중소기업인들이 법을 피하겠다는 것도, 지키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업주가 가족과 같은 직원들이 다치는 걸 원하겠느냐"는 한 중소기업 대표의 말처럼 그 누구도 재해를 막자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법이 시행된 만큼 현실에서 법을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간절한 요구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제출 전 "수많은 중소기업인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달 내로 중처법이 헌법소원 대상인지 아닌지가 나온다.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제각각이다. 어떤 결론이 날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헌법소원에 담긴 의미다. 그만큼 중소기업인들은 현 상황에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이라는 것이다.

welcome@fnnews.com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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