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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매경춘추] 스퀴즈 플레이

매일경제 2021.01.22 00:04 댓글0






코로나19 때문에 야구 경기 본 지가 오래다. 스포츠가 다 그렇지만 야구에는 야구만의 매력이 많다. 경기를 뒤집는 역전 홈런도 야구의 묘미지만 허를 찌르는 스퀴즈 플레이는 진짜 재미다. 타자는 갑자기 번트를 대고 3루 주자는 무조건 홈으로 쇄도하는, 그렇게 점수를 쥐어짜냈을 때의 짜릿함은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다.

다이어트를 영어로 하면 투모로(Tomorrow)라고 한단다. 철 지난 아재개그지만 내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다이어트라는 재치에는 120% 공감이다. 연초면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헬스장을 끊고, 그렇게 한두 달 다니다 중단하는 게 연례행사인 분들이 필자 포함 주변에 많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그것마저 못하고 있지만 표준체중, 체질량지수 등은 내가 올해 몇 근을 빼야 하는지 알려준다.

사람마다 체형도 다르고 체질도 다른데 표준체중이란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표준체중이 되어보겠다고 뛰고 있는 내가 우습다. 왜 표준이라는 말에 약해지는지도 씁쓸하고.

몇 년 전 개봉했던 영화 '커런트 워'에서는 웨스팅하우스, 테슬라와 에디슨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교류·직류 중 표준 방식을 선점하려는 과정이 잘 묘사되었다. 결국 교류가 대세가 되었고, 세상의 밤은 짧아졌다. 지난 100년간 미국인의 수면 시간은 1시간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100년간 한국인 수면 시간 통계는 나와 있는 게 없지만 우리도 조상님들보다 1시간 이상 덜 자고 있지 않을까.

30여 년 전 필자가 대학을 졸업했을 때 워드프로세서가 상용화되었다. 21세기에는 종이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며, 일보다 여가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거라는 미래 예측도 꽤 있었다. 손으로 문서 작성을 하다가 컴퓨터 작업으로 일순간에 바뀌었으니 그런 공상을 할 만도 했다. 서류나 도면에 빨간 펜으로 '지적질'을 해대는 상사가 제일 싫었던 신입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었지만 몇 달 지나자 표준서식이 우리를 돕는 게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기계에 맞춰 나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체중도, 전류도, 워드프로세서도, 매일 생겨나는 온갖 규제까지도 표준을 만드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표준을 만들고 거기에 재빨리 맞춘 후 할 수 있을 만큼 쥐어짜내는 게 지난 세월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런 일들이 이미 효율적이지 않은데도 그러한 관성이 사회 곳곳에 흐른다. 다시 생각해볼 때다. 스퀴즈는 야구 경기에서만 묘미니까.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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