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3곳, ‘이스톤2호’와 동일한 인수 기회 확보  |
| 방시혁 하이브 의장. 뉴스1 제공 |
[파이낸셜뉴스] 방시혁 하이브(옛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의 ‘측근 펀드’ 의혹과 달리 같은 시기 유수의 전문투자자들도 해당 구주를 인수할 기회를 얻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톤 2호' 펀드를 포함하면 투자를 검토한 기관투자자만 4곳으로, 기관투자자 3곳은 '이스톤2호'와 동일한 인수 기회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이 모두 인수를 철회하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FI(재무적투자자)의 구주는 2019년 11월 이스톤 2호가 모두 가져가게 된 셈이다. 방 의장은 ‘측근 펀드’가 하이브에 투자하도록 유도, 2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하이브 구주 인수 딜(거래)이 추진될 당시 미국계 A사, B사, 일본계 S사 등 유명 기관투자자 3곳이 방시혁 의장의 측근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톤 2호’와 같은 시기에 하이브 투자를 검토했다. 기존 하이브 재무적투자자(FI)들의 구주를 인수하는 ‘세컨더리 딜’ 형태다. 방 의장이 이스톤 2호에게 단독으로 딜을 몰아줬다는 의혹과는 배치되는 정황이다.
이들 투자자 중 일부는 투자 적격성을 따져보기 위한 실사까지 진행할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다만 이들 중 누구도 하이브 구주를 인수하지 않았다. 하이브의 ‘원 IP(지식재산권)’ 리스크, 밸류에이션 눈높이 차이,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 등이 인수를 주저하게 만든 배경으로 전해졌다. 2019년 당시 하이브는 ‘BTS(방탄소년단) 원툴’ 기업으로 평가됐다. BTS 멤버들의 ‘병역 리스크’가 잔존해 있던 상황였다.
비교기업(피어그룹)의 당시 주가도 하이브 투자 성공가능성을 낮게 만든 요인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대 기업이던 코스닥 상장사 SM엔터테인먼트의 2019년 연말 기준 시가총액은 9015억원인데, 하이브 구주 인수딜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보다 더 높은 1조2000억원선에서 진행됐다. 비상장 회사였던 하이브에 당시 대장주였던 SM엔터테인먼트 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야 하는 난도 높은 딜이었던 셈이다.
급격한 밸류 상승도 기관 투자자들의 투심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불과 1년 전인 2018년 10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하이브 구주 인수 딜 당시 책정된 밸류는 8500억원이다. 1년 여만에 직전 거래 대비 40% 오른 밸류에 투자한다는 조건으로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기관들이 모두 투자를 철회하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FI들의 구주를 이스톤 2호가 2019년 11월 모두 가져가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단독 특혜가 아니라, 시장의 냉정한 판단 속에서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포기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인다.
하이브 최초 기관투자자 SV인베스트먼트의 김중동 심사역은 딜 소싱을 담당했다. 김 심사역은 하이브 사외이사로 활동한 인물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심사역 출신 김창희, 한국투자증권 출신 양준석 등이 출자자(LP) 모집 등을 통해 1050억원 상당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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