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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산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강행하기로 함에 따라, 두 나라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주요기업들이 생산전략 재검토에 돌입했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북미에 주요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관련, 고율의 관세가 예고된 멕시코, 캐나다 생산 비중을 줄이는 한편, 북미 생산공장 신설·증설, 최종 조립지 변경 등의 생산지 유연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탈멕시코', '탈캐나다' 전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오는 4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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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멕시코 공장 전경. 뉴스1 |
■전자·자동차 '생산지 유연화' 전략 가동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그간 미국의 관세부과 가능성에 대응,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가면서 보수적으로 시나리오를 검토해 왔다"면서 "생산지 유연전략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대응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가전 시장은 한국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6대 생활가전(냉장고·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오븐) 시장의 1위와 2위는 LG전자(판매액 기준 점유율 21.1%)와 삼성전자(20.9%)였다. TV 시장도 삼성과 LG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를 무기로 미국 시장에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발 관세 정책에 조기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과 TV 등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기아가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도 공장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 등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만일 관세 인상 수준이 본질적인 공급망 변화를 해야 하면 생산시설 이전 및 기존 캐파(생산능력) 조절 등 적극적인 생산지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며 "유통업체와도 협력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박순철 삼성전자 CFO도 "미국 대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을 계기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을 구축,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강화해 왔다. 다만, 미국 공급 물량이 많은 TV 등은 멕시코 생산물량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생산지 전환작업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아는 올해도 사상 최대 미국 판매 실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미국 현지 생산을 대폭 확대한다는 기조다. 기아는 당초 올해 멕시코 공장에서 K4 약 12만대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었으나, 생산계획 재검토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관세가 부과돼도 앨라배마주 공장, 조지아주 공장 등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70~80%는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 관계자는 "멕시코에 수출제재 가해지면 판매 지역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 캐나다로 선적을 더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체들 캐나다 공장 어쩌나
문제는 캐나다 진출 기업이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해왔다. 특히 캐나다는 USMCA 체결국이라는 이점도 있어서 북미 지역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진출 거점으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캐나다에서 생산한 배터리나 전기차는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가 거의 붙지 않았는데, 다음달부터 25%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에서 배터리 모듈이 양산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을 캐나다에 건설 중이다. 해당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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