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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023.09.30 07:00 댓글 0
"가족인 반려견이 어떻게 하면 더 오래 건강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등급의 식재료만 쓰는 건 물론이고 맛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먹어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케일은 계절에 따라 짠맛이 나기도 해서 직접 맛을 보죠."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 시대. 자식에게 좋은 음식만 주고 싶듯 반려견에게 건강한 사료를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창업까지 이어졌다. 자신의 반려견을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화식 사료 레시피는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 화식 사료는 식재료를 익혀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먹이는 사료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생산 공정을 만들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덕분에 트렌드를 앞서갔다. 스타 작곡가에서 강아지 사료 제조업자로 변신한 박타미 씽크라이크펫 창업자 얘기다. 그는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인기 아이돌 있지(ITZY), 갓세븐(GOT7)의 히트곡을 만들었고 지금도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화식 사료는 천편일률적인 건사료 대비 원재료 맛은 살리면서 소화 흡수율이 높다. 통조림 형태인 습식 사료와 비교하면 씹는 맛이 있고 식재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건사료보다 2~3배가량 비싸다. 반려동물 시장이 큰 미국에선 프리미엄 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선 생소한 제품이다.
박 창업자가 처음 화식 사료를 접한 건 반려견 '클로이' 때문이다.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입양한 클로이에게 건사료를 먹였는데 변 상태가 나빠진 것. 병원에 데려갔지만 사료 브랜드를 바꿔보라는 말만 돌아왔다. 사람 나이로 치면 50대 중후반에 접어든 클로이를 그냥 둘 수 없어 인터넷을 뒤졌다. 우연히 알게 된 화식 사료를 먹여보니 상태가 눈에 띄게 나아졌다. 더 이상 기존 사료를 먹일 수 없다는 생각에 박 창업자는 전문가를 수소문했다.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 기준에 맞춰 화식 사료를 만들 수 있는 동물영양학자는 전 세계 몇백명 수준. 그중에서도 강아지 전문가는 50여명뿐이었다. 이들에게 연락을 돌린 결과 답이 온 건 단 3명이었다. 그 중 베스 햄퍼 수의학 박사와 손을 잡고 레시피를 개발했다. 햄퍼 박사는 미국 수의영양학회 위원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사료 제조사 프레쉬펫의 컨설턴트를 맡기도 했다.
레시피 개발 후 2018년 회사를 설립했다. 사료를 만들 공장만 세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았다. 반려견의 영양만 고려해 만든 사료로는 견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료를 선택·구매하는 견주까지 사로잡기 위해 레시피를 수정했고 생산 공정도 계속 달라졌다. 박 창업자는 "생블루베리를 넣으면 곰팡이처럼 보여 파우더형으로 바꾸고 재료를 삶고 남은 육수는 사료를 질퍽하게 만들어 모두 버렸다"며 "2년에 걸쳐 지금의 공정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외부 투자자에게 20억원을 투자받고 공장을 확장했다. 자체 온라인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열었다. 화식 사료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온라인 판매가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브랜드보다는 화식이나 자연식 사료를 검색해 들어오는 고객이 많다.
지난해에는 유보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경영진으로 합류했다. 유 COO는 벤처캐피탈(VC) 소풍벤처스 심사역 출신이다. 투자사로 화식 사료 브랜드를 접하다 경영까지 참여하게 됐다. 유 COO는 자사몰을 접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로 판매 창구를 일원화했다. 온라인몰 관리 대신 상품과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씽크라이크펫은 네이버 정기 구독 솔루션을 이용해 고객에게 주문, 알림, 자동 결제 기능을 제공했다. 반려동물의 주식이기 때문에 떨어지는 일 없이 공급하기 위한 기능이다. 이전보다 결제 오류 등이 줄어들면서 고객 만족도도 높아졌다. 유 COO는 "신선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중요한데 정기 구독 솔루션을 이용하니 수요 예측이 가능해졌다"며 "충성 고객과 고정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매출은 3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80% 성장한 규모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전환으로 판매관리비가 줄어 올해부터는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돈을 써야 했기 때문에 적자를 냈지만 이제 그 결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상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분유처럼 가루 형태에 물을 부으면 습식이 되는 건조 자연식을 준비 중이다. 박 창업자는 "7살 때부터 피부병으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던 핏불이 씽크라이크펫 사료를 먹고 더 이상 주사를 맞지 않게 되는 등 고객 경험이 원동력"이라며 "화식 사료를 알려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