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시즌 2' 추진 예고
재정확장·금융완화 기대감 높여
닛케이 사상 첫 4만7000선 돌파
"인플레이션 시대에 부적절" 지적
엔저 비판해온 트럼프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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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64)가 4일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로 선출되면서 주요 당직자들과 손을 맞잡고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64)가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로 선출되면서 일본 증시는 급등하고, 엔화는 약세를 보였다. 다카이치가 재정 확장과 금융완화를 표방하면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추진하던 '아베노믹스'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는 탓이다.
이 때문에 '아베노믹스 시즌 2'가 시작됐다는 말들이 나왔다. 지난 4일 집권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다카이치는 이달 중순 의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사상 최초의 여성 일본 총리로 취임할 전망이다.
지난 4일 다카이치가 총재로 당선된 뒤 '주식 매수, 엔화 매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 공약에서 그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과 방위력 강화를 내세우며 대담한 공적 투자를 약속했다. 그가 총재로 선출된 뒤 일본 증시는 연일 뜨거운 '불장' 속에서 치솟고 있다. 선거 후 첫 영업일인 6일 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4.75%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4만7000을 돌파했다. 7일에는 0.01% 오른 4만7950에 마감하며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8일은 0.45% 하락하며 숨 고르기를 했지만, 증권업계는 닛케이지수가 연내 5만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위산업주가 닛케이 지수 견인
엔·달러 환율은 급등하면서 엔화 가치는 떨어졌다. 6일 약 2개월 만에 달러당 150엔을 넘었고, 이날은 약 8개월 만에 152엔을 돌파했다.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자 엔 매도세가 확산했다. 일본은행이 이달에 금리 인상을 안하고 엔화가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55엔을 넘을 경우 지난해처럼 달러당 160엔까지도 갈 수 있다는 지적들도 나왔다. 급격한 엔화 약세를 원치 않는 일본 당국의 개입설까지 나왔다. 엔화가 달러당 150~160엔대로 떨어지는 등 계속 약세를 보인다면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강경한 우익 보수의 길을 걸어온 다카이치가 방위력 강화를 표방하면서 방위산업주가 닛케이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IHI 등이 대표적이다. 기구치 마사토시 미즈호증권 수석주식전략가는 4만7000대인 닛케이지수가 연내 5만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카이치는 통화정책에서 금융완화를 지향하는 '비둘기파'로 간주된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이래서 나왔다. 엔·달러 환율이 약 8개월 만에 달러당 152엔을 넘어서며 다시 엔저로 돌아선 배경이기도 하다.
■인플레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이란 지적 속에 아소 전 총리 등이 변수
일본의 고질적인 장기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된 아베노믹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시대엔 맞지 않는 정책이란 지적도 있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재가 적자국채 발행까지 용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국채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695%를 기록하며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재정악화 우려가 확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소 다로 전 총리를 주목하고 있다. 아소는 다카이치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재무상을 지내며 재정 확장에 회의적인 그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엔화 가치 하락은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가 일본의 수출 확대를 위해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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