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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연금 대표소송 활성화, 모두에게 손해다

매일경제 2022.01.17 00:04 댓글 0






국민연금공단이 다중대표소송(대표소송) 제기 결정 권한을 기금운용본부가 아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일원화하려는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발의했다. 취지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 모두에 피해를 주는 불필요한 소모전이 될 수 있다는 비판들이 가해지고 있다.

대표소송이라는 것은 이사진이 위법행위를 해서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 주주들이 감사를 대신해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이사들의 위법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지만 때로는 적법한 행위에도 소송 제기가 가능해 역기능 역시 우려된다. 상법도 이를 고려해 원고인 주주가 악의로 소를 제기했다가 패소하는 경우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소유한 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인 만큼 대표소송이 제기되어도 기업 손실은 크지 않고 오히려 경영 투명성 제고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대표소송은 당사자 모두에게 과도한 소송비용만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상법상으로 이사진이 위법행위를 해서 패소하면 원고의 비용을 포함해 모든 소송비용을 이사들에게 구상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패소한 경우 피고의 소송비용을 기금운용위원회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들에게 구상하도록 하는 규정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국민연금이 패소하면 그 소송비용을 국민연금 가입자인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지침 개정안처럼 전문성도 부족하고 아무런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 수탁자책임전문위가 대표소송을 전담하는 경우 무분별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으며 소송비용 또한 대부분을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내부 지침에 불과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만으로 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이를 강행하고자 한다면 상법 규정 외에 국민연금법에 대표소송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동법 시행령에 소송 제기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한 후 대표소송을 제기하도록 법령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리고 대표소송은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이라는 점에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된 후에야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즉 위법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혐의만 가지고도 여론을 의식해 국민연금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법 제도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대표소송 제기 여부도 '사안의 중요도' '소 제기 판단의 전문성' '기금 운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결정은 개정안처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일원화할 것이 아니라 현재와 같이 실제 기금 운용을 담당하며 운용 수익률에 민감한 기금운용본부가 소송 실익 등을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타당하다.

그리고 불필요한 대표소송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하락하거나 소송에 패소하는 등의 사정으로 연금 수익률이 악화될 경우 해당 국민연금이 입은 피해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상법상 이사들처럼 반대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지 않는 한 연대책임을 지도록 명문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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